金道熱 하나기술 사장
최근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이것이 꿈이기를 바라고 싶을 정도로 악화일로에 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외화자금 부족은 그동안 속으로 곪아터진 우리 경제의 허약한 기반들을 하나 둘씩 들춰내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 외환부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산업경쟁력이다. 해외여행에서 우리나라 상품이 하루가 다르게 중국, 말레이시아 등 후발 개발도상국 제품에 밀려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러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즉, 「품질 좋고, 값싼 신제품」을 대거 개발해 다시 한 번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연구소 실험실을 지켰던 연구원 출신 중소기업인으로서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해 출연연, 대학, 기업이 각각 실천해야 할 과제에 대해 평소에 느끼는 점을 소개하려고 한다.
출연연은 우선 연구원들의 과중한 행정업무부터 대폭 줄여나가야 한다. 현재 출연연 연구원들은 시장조사, 기술동향 조사, 연구계획서 작성 등 선행 연구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연구개발 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우선 과제를 따는 일이 급하기 때문이다.
연구과제 책임자들은 또 연구과제를 한번 따낸다 해도 이번에는 매년 한번씩 제출하는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여름 휴가철만 지나면 거의 2∼3달 동안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연구개발 본연의 업무로부터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과제가 실패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기반기술 연구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조금 개량하는 연구에 선호하기 때문에 연구과제가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연구과제 책임자들은 「그럴 듯한」 연구보고서 작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연연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연구과제를 1백%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마음놓고 첨단 기반기술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연구지원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 출연연이 최근 경비절감 등을 이유로 연구원의 충원을 사실상 동결하고 있는 정책도 중, 장기적으로 볼 때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서도 연구원의 꾸준한 충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내 이공계 박사 인력의 약 80%가 몰려 있는 대학의 경우에도 기술력이 대부분 교수 1인에 의존하는 반면 교수는 과중한 수업과 행정부담 등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때문에 연구에 매달릴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되어 귀중한 연구자원을 사장시키고 있는 등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학생들도 대부분 학위기간에만 기업체로부터 수탁받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과 납기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 학 공동연구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학은 최근 국내, 외에서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벌인 후 국내 산업계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다수 선정, 본격적인 연구추진에 필요한 선행연구 등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체 부설 연구소는 츨연연과 대학 등과 비교하면 연구인력의 양과 질, 그리고 연구소의 연구지원 및 관리체계 등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잘 들여다 보면 연구원들이 연구에 필요한 장비 등을 구입할 때 구매 담당자들의 눈치를 보는 현상은 여전하다.
연구원들이 구매 담당자의 눈치를 보는 조직체계에서 책임있는 연구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업부설 연구소의 운영도 연구원들의 자율성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