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IBM 대표이사 전격교체 배경

최근 LG IBM의 최고사령탑이 전격 교체됨으로써 LG전자와 IBM의 컴퓨터 합작사업은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또 지난해 10월 「LG IBM PC(주)」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할 당시,LG전자와 IBM 두 회사는 2년만다 대표이사를 번갈아 선임하기로 한 합의사항을깨고 1년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한 데에 대한 관련업계의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LG IBM의 대표이사 교체는 먼저 오창규 전임사장의 지난 1년간의 경영성과와 무관하지 않다는게 중론이다.LG IBM의 첫해 경영실적은 「3천억원에 가까운 매출과 1백억원 이상에 달하는 적자」로 요약된다.

매출액은 목표치에 접근했지만 적자액이 예상보다 컸다. 매출측면에서 볼때 LG전자는 IBM이라는 「브랜드」에,한국IBM은 LG전자의 「유통망」확보에 각각 힘입어 합작회사를 만들기전보다 확대된게 사실이다.그러나 LG전자와 한국IBM의 제품 판매과정에는 LG IBM이라는 유통단계가 하나더 추가돼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즉 LG전자가 생산하는 데스크톱PC는 LG전자 한국영업본부를 통해 일선 대리점 등으로 판매되던 것이 LG전자LG IBM한국영업본부라는 단계로 이어짐으로써 사실상 유통단계가하나더 늘어났으며,IBM 노트북PC나 PC의 국내유통도 사정은 마찬가지.그렇다고 합작회사출범전에 비해 제품이 달라진 것도 아니어서 유통마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LG전자 PC사업의 적자폭이 줄어들고 한국IBM의 판매와 수익도 종전보다 더 좋아졌는 사실은 곧 LG IBM의 유통수익이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반증하고 있다.일정한유통마진을 둘이서 나누던 것이 셋으로 나누는 셈이어서 LG전자나 한국IBM의 수익구조 개선은 유통마진에 따라 경상손익이 결정날 수 밖에 없는 LG IBM의 이익을 감소시킬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올해 LG IBM 브랜드의 PC가 스스로 가격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지적도 합작회사 출범 이후의 변화된 유통구조때문이라할 수 있다.

여기에다 오창규 전임 LG IBM사장의 IBM식 경영스타일이 국내에서 「한국 최고의 PC전문회사」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이번 대표이사 전격 교체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그동안 오창규 전사장이 지나치게 IBM의 정책에 의존하고,너무 수동적인 경영을 펼침으로써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시장경쟁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회사내부의 불만도 여러차례 제기됐다.

이번에 LG전자내에서 정보기기관련 영업및 마케팅분야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이덕주 상무를 중남미 현지에서 불러와 LG IBM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 바로 LG IBM이 안고있는 이러한 취약점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 LG전자와 IBM은 합작회사를 출범시키면서 처음에는 2년 임기의 초대 대표이사를 LG전자측에서 선임하려 했다는 후문이다.국내 유통시장 환경을 감안할때 LG IBM이라는 합작회사가 조기에 자리를 잡으려면 LG맨이 더 유리한 것으로 인식을 같이했으나 신재철 사장체제로 이행하는 한국IBM의 사정에 따라 IBM측에서 오 사장을 먼저 내세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LG IBM의 이덕주 사장선임은 1년간 늦춰진데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또 지난 1년간의 시행착오가 신임 이덕주 사장에게 이를 답습하지 않는 기회가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내년도 LG IBM 경영계획의 핵심내용인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칠 수는 있겠지만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실현하기가 구조적으로 쉽지않기 때문이다.더우기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체제하에서 시장수요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이어서 공격적 영업을 통한 수익성 확보는 그만큼 힘겨울 전망이다.

따라서 첫해부터 험난한 시험대에 오르게된 이덕주 신임 대표이사의 한수 한수가 LG IBM은 물론 그 자신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