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계에서 「재색을 겸비한」 여성치고 같은 여성들에게서 질시어린 눈길을 받지 않는 이가 몇이나 될까? 주류 팝계에서 그런 존재는 드문데 그런 점에서 에냐는 특이하다. 그의 음악은 장르상 뉴에이지로 불리지만 뉴에이지의 느낌을 빌린 팝이란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할 것 같다.
에냐는 88년 「Orinoco flow」란 기존 팝 음악의 문법과는 다른 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후 잔잔한 느낌의 음악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 곡이 실린 음반 「Watermark」에는 한국인들의 귀에 익은 곡이 대부분이다. 제목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이 수록곡들은 숱한 영화와 드라마, 광고 삽입곡이나 배경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성가대 음악과 전통민요 등에 낯을 익힌 그는 언니인 브레넌이 몸담은 보컬팀 클래너드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영국의 TV미니시리즈 「The celts」의 작곡과 노래로 음악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91년에는 「Shepherd moons」, 95년에는 「The memory of trees」를 정규앨범으로 발표했는데 이 앨범들도 역시 세계 각국에서 배경음악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이 앨범에 수록됐던 히트곡들로 꾸며낸 앨범이 바로 「Point the sky with stars」다.
저자극, 순수 자연성분, 무공해 등의 단어가 어울릴 만한 그의 음악이지만 그 근간은 철저하게 계산된 스튜디오 작업이다. 노래의 몽환적이고 천상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수십번 더빙을 거칠 만큼 최신 기재의 힘을 많이 빌리지만 그 결과는 테크노나 여타 댄스음악과는 전혀 다른 천연의 느낌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뉴에이지 음악은 흔히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에냐의 음악은 바로 그 기능에 딱 맞아떨어진다. 같은 뉴에이지라도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조지 윈스턴이나 야니의 연주곡이 줄 수도 있는 지루함과는 달리 에냐는 맑고 또랑또랑하면서도 때로는 장난스럽기까지 한 목소리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다.
뮤지션으로서 에냐는 노래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추구하는 음악에서 느껴지듯이 화려하고 소란한 팝계의 전반적인 추세와는 한걸음 떨어져 있는 듯하고 사생활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을 정도로 신비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고혹적이고 우아한 것은 노래뿐만 아니라 외모도 마찬가지로 단아한 자태,영롱한 눈매를 가졌다.
<박미아·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