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컴퓨터와 가전제품 시장에서 저가형 제품판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관련 유통업계에 따르면 IMF 파동 이후 산업전반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PC 수요가 저가 구형제품이나 재고처분을 위한 기획상품 모델에 집중되고 있다. 또 가전제품도 백화점 등 혼매점을 겨냥해 출시한 기획모델이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대형 컴퓨터유통업체인 티존코리아는 10월 25일 출점 이후 지난 15일까지 1백33/1백50/1백66㎒급 펜티엄PC 등 하반기 들어 주력 상품군에서 밀려났던 기종 4백80여대를 판매한 반면 1백66㎒급을 초과한 최신 기종은 1백70여대만을 판매했다.
또 세진컴퓨터랜드는 지난 10월 이후 출시한 2백33/2백66㎒급 펜티엄Ⅱ 기종에 DVD 및 위성수신카드를 장착, 2백50만∼2백99만원대에 내놓았지만 판매가 부진하고 올해 초 출시 모델인 1백60만원 안팎의 1백66㎒급 저가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이 회사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출시 3개월 이내의 새 모델과 구형 제품 판매비율이 6 대 4였지만 10월 이후 4 대 6으로 오히려 역전됐다.
용산의 조립PC업체도 상황이 비슷해 지난 7, 8월만 해도 PC 1백대를 판매하면 펜티엄 2백㎒급 이상의 최신 기종이 약 20여대에 달했는데 IMF 파동 이후 대부분 1백66㎒급 이하 기종을 찾고 있어 이달 들어서는 최신기종을 열흘에 한 대 판매하기도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가전사는 TV와 세탁기, VCR 등 3개 품목에 주력제품보다 30% 정도 가격이 싼 1~ 개의 기획모델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모델이 전반적인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LG전자가 운영하고 있는 TV 기획모델의 경우 전반적인 TV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약 3백대가 판매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 세탁기도 1개 기획모델이 하루 3백대 정도 판매돼 이들 기획모델이 각사 제품별 판매량의 15∼ 20%에 달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들 제품을 비롯한 기획모델이 만드는 대로 팔리기는 하지만 출하량이 많아질 경우 기존 모델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 판매비중이 20%를 넘지 않도록 현재 생산수량을 조절하고 있다.
<박주용·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