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품 유통시장 「보따리장사」 극성

반도체부품 유통시장에 국제 보따리장사들이 활개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등 부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달러환율이 폭등하면서 환차익을 노린 국제 보따리장사들이 메모리 등 반도체 칩을 국내 현물시장에서 구입한 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 동남아 일대에 싼값으로 내다팔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반도체, 현대전자 등 반도체 3사의 현지 판매원들은 거래처에서 가격하락 압력을 받거나 아예 거래처가 끊기는 등 국내업체들이 동남아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전자상가 부품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대리점들의 연쇄 도산으로 어음 등 여신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있는 상태에서 현금만 있으면 이들 상품을 대량 구입할 수 있는 허점을 노리고 극성을 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반도체 칩은 환금성이 높아 가격만 낮추면 국제시장에서 쉽게 달러로 바꿀 수 있어 환차익을 노린 보따리장사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제조업계는 이들 보따리장사들이 환차익만 노리고 국내업체들의 브랜드가 붙어있는 제품을 원가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팔고 있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함께 덤핑의혹까지 받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3사는 최근 이같은 보따라장사들의 덤핑판매를 막기 위해 한달 단위로 평균환율을 계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계산하던 지금까지의 관례를 바꿔 고정거래처의 경우 주간단위로, 보따리장사들의 출현 가능성이 높은 현물시장에는 하루단위로 환율을 적용해 환차익을 노린 보따리장사들의 극성을 막는 데 대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부품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IMF 등 경제한파를 맞고 있는 국내경기를 외면하고 국제 보따리장사를 하고 있는 일부 상인들은 자성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질서와 국내 반도체의 대외경쟁력 확보 등 거시적인 안목에서 자제를 요구한다』말했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