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영상산업은 불황의 터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에 이은 한파가 계속됨으로써 일부 업종은 마이너스 성장률로 돌아섰고, 판권료 등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최대의 위기를 겪은 올 영상산업을 영화, 비디오, 음반, 게임, 케이블TV 등 분야별로 4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올 영화, 프로테이프시장은 「내우외환」의 한해였다.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으로 판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 반해 극장가와 비디오 대여판매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심한 경영난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테이프시장은 지난 94년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돼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느냐』는 성급한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제작 및 배급사업에 힘을 쏟아온 대기업들은 올해 총체적 위기에 봉착했다. 많은 제작비를 투여한 우리영화와 외화들이 극장가에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림으로써 심한 자금난을 겪었다.
(주)대우의 경우 샘서머 감독의 「레릭」 「셋 잇 오프」 「블랙아웃」 「피스키퍼」 등 수입외화와 「불새」 「현상수배」 등 4∼5편의 우리영화를 선보였으나 흥행에 실패, 그동안의 명성을 퇴색시켰으며 삼성영상사업단도 「쁘아종」 「모텔선인장」 등 4∼5편의 우리영화를 선보였으나 「비트」 이외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5백만달러의 판권료를 지불하고 수입해 온 뤽베송 감독의 「제5원소」도 기대만큼의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SKC도 「용병이반」과 「에비타」 등 4∼5편의 우리영화와 외화를 선보였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현대방송도 「차이니스 박스」 「잉글리쉬 페이션트」 「엠마」 등의 외화를 수입했으나 「잉글리쉬∥」외에는 참패를 맛보아야 했다.
그나마 제일제당은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게 중평이다. 제일제당은 「억수탕」 「바리케이트」 「인샬라」 등 4∼5편의 우리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으나 「풍월」 「샤인」 「마이티 아프로디테」 등 중급흥행 작품의 수입에 주력해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우리영화 제작손실에 따른 벌충은 했을 것이란 게 영화계의 분석이다.
올 프로테이프업계는 영화쪽의 자금난 수준이 아니라 존폐의 문제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몸부림친 한해였다. 올 한해 내내 대흥행작 아니면 흥행참패라는 도식이 이어졌고 하반기 들어서는 환차손으로 인해 판권료가 2배로 치솟아 경영을 크게 압박했다.
이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삼성의 경우 드림박스와 스타맥스의 브랜드 통합화를 추진, 스타맥스로 일원화했다. (주)대우는 우일영상과 세음미디어의 마케팅부문을 통합했고 SKC는 그동안 유지해온 직판체제를 대리점체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올 한해 업계를 짓눌러온 판매양극화 현상은 업계가 서둘러 풀어야 할 최대과제로 꼽혔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대히트작에만 매달려온 그들의 마케팅전략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하급 흥행작을 등한시한 마케팅전략의 부재는 많이 알려진 「대히트작(대박)만이 돈되는 작품」이라는 인식을 비디오숍에 각인시킴으로써 자승자박에 의한 결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프로테이프시장은 지난해보다 20∼30% 감소한 2천2백억원 규모에 그칠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업체별로는 우일영상이 총 1백25편을 출시, 전년대비 27% 감소한 4백10억원 매출에 그쳤으나 세음미디어는 1백30편을 출시해 3백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스타맥스는 올해 직배사인 워너브러더스, 브에나비스타의 작품을 포함, 총 1백30여편을 출시, 5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SKC는 워너브러더스와 MGM사 작품이 경쟁사에 빠져나감으로써 상대적인 어려움을 겪어 전년대비 35%가 감소한 3백억원의 매출에 그쳤다.
올해 프로테이프업계는 이외에도 액션선호 현상이 뚜렷했으며 메이저사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게 높아진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중소 제작사들의 입지는 올해로 사실상 붕괴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