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성탄 · 연말특집도 고요하고 거룩하게

IMF 한파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각종 특집 프로그램과 오락 프로그램으로 화려함과 풍성함을 자랑하던 지상파방송도 IMF 한파로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성탄절이면 으레 캐럴을 앞세워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성탄 특집을 내보내던 지상파방송들도 최근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듯 성탄특선 외화나 다큐멘터리 등으로 성탄특집을 편성하고 있으며 연말에 집중되던 사치성 오락프로그램이나 쇼프로그램을 크게 자제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정은 케이블TV 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케이블TV 업계는 「경제 살리기」에 동참한다는 취지 아래 사치풍조를 조장하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오락 및 쇼프로그램 방영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츠러든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사(PP)들은 시청자의 시선을 고정시키기 위해 더욱 실속있고 알찬 내용을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편성해 방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다큐멘터리 채널인 Q채널은 성탄절 특집으로 영국 BBC가 예수 탄생 2천년을 기념해 제작한 4부작 「예수의 생애」와 로마의 지하묘지인 카타콤 등을 소개하는 「지하세계 탐험」을 방영할 계획이며 연말 특집으로 IMF 구제금융시대의 원인과 내일의 비전을 아시아 각국의 사례를 통해 조감할 수 있는 「아시아 리포트」를 긴급 편성해 방영한다.

영화 채널인 캐치원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가족들이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드림보이」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는가」 「산타클로스」 「애들이 줄었어요」 「아이를 빌려드립니다」 등 가족 영화위주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8일 개최됐던 제4회 서울 단편 영화제 수상작을 29일 「서울 단편 영화제 특집」 시간에 방송한다.

스포츠TV는 올해 국내에서 열렸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명승부 명장면을 소개하는 「97 한국 프로야구 총결산」 「97 한국 프로축구 총결산」 프로그램을 마련, 올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내년을 조망한다. 이와 함께 아메리칸 풋볼 결승 진출전 등 유명 경기를 미국의 스포츠 채널인 ESPN에서 받아 국내에 중계한다.

문화예술채널인 A&C코오롱은 연말을 맞아 「호두까기 인형」 등 공연물을 현장 실황 중계하고 「우리시대의 여성 음악가들」 「바하에서 비틀스까지」등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해 방영한다. 현대방송(HBS)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가족간의 사랑과 크리스마스에 얽힌 따뜻한 추억을 소개하는 기획 프로그램을 「생방송 여성의 이름으로」 「생방송 무한 재미」 「토크쇼 세여자」 등 시간에 집중 방영하고 올해의 연예가 화제를 소개하는 「HBS 연예특급」을 마련했다.

음악채널인 m.net은 97년 대중음악계를 총정리하는 「특집 팝 베스트 100」 「특집 가요 베스트 100」등 프로그램과 「휘트니 휴스턴 콘서트」 「대중음악계 10대 뉴스」 등을 방영,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으며 KMTV 역시 올해 팝 음악계를 결산하는 「팝스트리트 43」 「가요본부」 등을 연말 특집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종교채널인 평화방송과 기독교TV는 성탄 특집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평화방송 TV는 「산타클로스의 전설」 「프란치스코 성인과 함께 하는 성탄 축제」 등 다큐멘터리와 성탄축제를 소개하고 베들레헴에서 벌어지는 여러 종파의 성탄행사를 취재한 「베틀레헴의 성탄절」과 바티칸의 성탄 자정미사 등을 방송한다. 기독교 TV 역시 지난 5월 양재동 횃불회관에서 열린 성탄 주제 콘서트 등을 방영할 계획이다.

올해 케이블TV PP들은 최근 위축된 사회 분위기를 반영, 예년과 같은 화려함과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현명한 시청자들이라면 「케이블TV 가이드」나 일간지에 소개되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정보를 충분히 활용해 훨씬 충실하고 실속있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