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수입선 다변화 제도에 묶여 수입이 금지됐던 일본산 흑백 초음파 영상진단기가 내년 1월 1일부터 수입 자유화됨에 따라 내수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무역자유화 일정에 따라 지난 91년 10월 26일 처음 지정된 흑백 초음파 영상진단기의 수입선 다변화 품목 지정을 내년 1월1일자로 해제한다고 발표, 의원급 시장의 경우 국내업체가 석권하고 있고 종합 및 대학병원급 시장 점유율도 점차 높아지던 내수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일본업체들은 대리점이나 지사 등 유통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한국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가격 파괴 공세도 예상돼 일부 국내 메이커는 일본의 유통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일본의 알로카사로부터 기술 제휴를 통해 흑백 초음파 영상진단기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일동메디텍의 경우 핵심 부품이나 기술을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선 다변화 품목이 해제되면 부품, 소재, 제조설비 및 관련기술의 이전 등을 현격히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 생산 원가 상승은 물론 생산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동메디텍은 알로카사 제품 생산을 위해 막대한 시설자금과 인력을 투입, 기술이전 대상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종합 전자의료기기 메이커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만 엄청난 환차손으로 인한 내부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 도시바사의 초음파 영상진단기를 OEM으로 생산하고 있는 대영의료기기도 도시바사가 직판하겠다는 의사가 전혀 없지 않는 이상 기술이전이나 핵심부품 공급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업체와 관련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원로급을 중심으로 한 한국 의사들의 일본산 초음파 영상진단기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데다 직영이라는 지름길이 있는데 굳이 현지생산으로 우회하려는 일본회사는 없을 것이므로 일본업체와 기술적 유대를 갖고 있는 업체들은 상호 우호적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업체들이 한국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그러나 내수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메디슨의 국내영업부 이장용 이사는 『약 6년이라는 수입선 다변화 품목 지정기간에 메디슨은 기술개발에 꾸준히 투자, 세계 의원급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흑백 초음파 영상진단기는 수출 비중이 크고 국산화율이 높으며 디지털 기술 등 기술적 측면과 가격 경쟁력에서도 일본산을 능가하고 있어 수입 제한을 풀더라도 내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삼성GE의료기기 기획실의 한 관계자도 『알로카, 도시바와 달리 히타치 등 그동안 국내시장에 흑백 초음파 영상진단기를 전혀 선보이지 않았던 회사들은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도 『삼성GE의료기기는 수입선 다변화 품목 해제에 대비해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왔으며 내년에도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다수 출시할 예정이어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