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구축 활기
올해 국내 부품산업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본격적인 구조 조정기에 접어든 가운데 부품 산업 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각종 인프라스트럭처(하부구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고조된 한해였다.
세트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부품 산업 육성이 우선돼야 하고, 또 이러한 부품 개발을 위해서는 핵심 소재 및 제조 장비 등 관련 인프라 기술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된 것이다.
인프라 구축에 대한 이러한 관심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및 LCD 분야는 올해 정부와 업계가 공동 추진하는 각종 「기반 기술 개발사업」 등을 통해 주요 핵심 장비들이 잇따라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조립 및 후공정 장비에 이어 에처, 화학증착장비(CVD) 등 각종 전공장 반도체 장비가 국내업체에 의해 개발돼 실제 양산 라인에 채택됐으며 LCD용 핵심 부품인 백라이트유닛과 편광필름, 그리고 초음파세척기, 유리연마기 등의 각종 장비들도 국산화됐다.
또한 반도체 공정 및 설계 인력 양성을 위한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및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의 교육 사업 강화와 반도장비교육센터(SETEC)의 출범은 부품 산업 인프라 구축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PCB 제조 장비 분야에서도 영화OTS, (주)SMC, 백두기업, 미농상사 등의 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최신 장비를 외국에 수출하는가 하면 개발 분야를 첨단 PCB장비로 전환하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활발한 활약을 보여줘 국내 PCB장비산업에 한가닥 희망을 던져주었다.
콘덴서 제조용 장비는 삼성전기, 삼영전자, 대우전자부품, 삼화전기 등 관련 부품업체들이 관련 장비의 상당부분을 자체 조달함과 동시에 이미 유럽, 일본산 고급장비나 저가의 대만장비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부품 영역은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아직도 취약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항기, 트랜스, 모터, 전지, 스피커, 스위치, 릴레이 등 일반부품과 통신 및 파인세라믹부품 분야의 경우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범용장비 중 일부만을 자체 조달해 사용하거나 국산화됐을 뿐, 고가 핵심장비의 대부분이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컨트롤러 및 장비 부품 등 기반 기술의 취약과 좁은 내수시장, 부품업체들의 맹목적 외산장비 선호의식, 정부의 인프라 기술 지원정책 부재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긴 결과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부품산업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체 부품산업의 질적 성장을 기대하거나 관련 제조장비의 자급이 없이 이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부품 관련 장비산업은 향후 시장 전망이 매우 밝고 경우에 따라 높은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한 유망산업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더구나 인프라 기술은 관련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크다. 우선 장비산업이 견실하면 전방산업인 전자부품은 물론이고 조립-세트 등 전자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진다. 또한 장비 시장이 확대되면 여기에 채용되는 관련 부품 시장의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국내 부품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세트에서 부품, 그리고 소재 및 장비로 이어지는 순차적인 발전 과정에서 탈피해 정부, 기업, 학교, 연구소 등 각계가 소재나 장비와 같은 각종 인프라 기술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한다는게 부품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