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환차손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실 수입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큰 국내 산업구조에서는 그 어느 분야도 최근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환율폭등의 열풍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 중에서도 각종 중대형 컴퓨터와 네트워크장비 등 외산 하드웨어 비중이 전체 수주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SI업계가 느끼는 환율체감은 거의 공포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외국업체들과는 달리 환율보험이 거의 전무한 국내 실정에서는 환차손이 발생할 경우 고스란히 해당업체들이 떠안야 한다. 그동안은 10% 안팎의 환율변동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의 폭등은 SI업체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그 정도를 훨씬 넘어섰다.』(SI연구조합 한 관계자)
실제로 SI업계 재무담당자들은 최근의 환율폭등을 「천재지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로 인한 파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올 4, 4분기들어 달러당 9백∼9백50원을 기준으로 원가산정한 SI업체들이 최근 이보다 두배 이상 올라간 환율을 보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잘 나가는」 산업으로 인식됐던 SI업계에서도 SI 중소 하청업체들을 시작으로 도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현재로선 속수무책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하드웨어 비중이 높은 컴퓨터통합시스템(CIM) 등 자동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단 결제기일을 늦추고 있는데 이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중소 SI업체 P사장)
대형업체들의 후유증도 심각하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수주 자체가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포스데이타시스템(토지공사전산화) 쌍용정보통신(농협사무자동화) 대우정보시스템(인천 대구지하철 전산시스템) LGEDS시스템(소방본부 재난시스템) 등이 환율폭등으로 인한 추가부담 금액을 계산하느라 사실상 수주작업은 제쳐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구공항 관제시스템 일차사업자로 선정된 삼성SDS도 치솟는 환율로 가격협상에 애를 먹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실정상 최근의 환율폭등 열풍 속에서 안전지대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컨설팅, 하드웨어을 포함한 대다수 원자재가 외산 일변도인 SI업계의 고통은 회사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수위에 와있다』고 진단하고 이로 인해 프로젝트 자체가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는만큼 발주업체와 수주업체가 고통을 분담하는 노력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