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산TV 반덤핑규제 철회 의미와 전망

TV업계의 최대 현안과제였던 미국의 반덤핑조사가 일단락됐다. 결과 또한 국내 TV업계가 원하는 바 대로 끝나 그동안 내수 및 수출부진으로 침체분위기에 빠져있던 국내 TV업계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미국은 지난 84년 이후 컬러 TV에 대한 반덤핑규제를 강화해왔으며 특히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의 반덤핑명령철회요구(리보케이션)와 변화된 상황에 대한 재심요구(CCR)와 멕시코산 컬러TV에 대한 우회덤핑 여부에 대한 판정 등에 대해서는 판정을 유보하는 등 불공정 무역규제를 계속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산 컬러 TV의 반덤핑 철회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미국을 WTO(국제무역기구)에 제소하는 등 미국에 대해 계속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따라서 미국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이번 미 상무부의 반덤핑종료결정은 바로 미국 정부의 부당한 무역관행에 대한 우리 정부 및 업계의 끈질긴 투쟁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이번 미 상무부의 국산 컬러TV에 대한 반덤핑조사 판정결과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한국기업의 멕시코 현지공장에 대한 우회덤핑조사는 제소자인 미 컬러 TV부품업에 노조인 유니온의 요청을 받아들여 무혐의로 조사를 종결한다는 것.

또 하나는 지난 7월 삼성전자의 컬러TV 반덤핑규제 철회요청에 대해서는 덤핑재개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반덤핑규제를 종결한다는 예비판정을 내린 것 등이다.

이같은 미 상무부의 결정은 삼성전자에게는 앞으로 최종판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반 이후부터 국내에서 생산된 TV를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전자 등 국내 TV 3사의 멕시코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규제없이 미국시장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또 LG전자나 대우전자도 지난 92년부터 한국에서 생산된 TV의 대미수출을 전면중단해 이번 멕시코산 TV에 대한 우회덤핑조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음에 따라 최종 덤핑판정을 받은 후 5년이 지나면 재조사를 통해 산업피해가 없을 경우 반덤핑 조사를 종료시키는 「선셋 리뷰」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 오는 99년부터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생산된 TV의 대미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이번 상무부의 결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시장을 반덤핑이라는 족쇄에 묶여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던 국내 TV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국내 TV업계는 가격경쟁력확보를 위해 고가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중저가 제품은 멕시코 등 해외현지공장에서 생산하는 이원화전략을 구사해 왔다. 따라서 미국내에 수출했던 TV는 대부분이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저가가의 소형제품들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의 대미수출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미 정부의 반덤핑조사종료는 국내 TV업계에 새로운 수출활로를 열어주고 획기적으로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 15년동안 강력히 대응해왔던 삼성전자는 이번 판정결과로 국내에서 생산해 컬러TV의 새로운 국제표준규격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12.8대 9의 「명품플러스 원」을 당장 내년부터 미국시장에 수출할 수 있게돼 세계 TV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계전문가들은 이같은 당장의 수출확대보다는 오는 2000년 이후 세계 TV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올 디지털TV 및 HDTV를 미국에 직접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기업들이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디지털TV시장을 선점키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국내 TV업계로서는 국산 TV에 대한 반덤핑규제가 종료되지 않았다면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TV업계가 국산 TV에 대한 반덤핑규제에 공동으로 강력히 대응한 것은 바로 21세기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디지털TV를 겨냥한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행동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어쨌든 이번 국산 컬러TV에 대한 미 정부의 반덤핑조사종료는 국산 TV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은 분명하며 사상 처음으로 미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정부 및 업계 공동으로 대처해 거둔 결실이라는 점에서 통상외교의 신기원을 열어준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