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결산 97 영상산업 (3);게임

올해 PC게임 시장은 30% 이상 고속성장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인 3백50억원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게임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로 유통업 전체가 흔들리면서 제작사들이 신작타이틀 공급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등 PC게임 시장이 전반적인 불황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 및 중견업체들이 5월 이후 게임 판매방식을 기존의 총판에서 대리점체제로 전환했다가 이를 다시 번복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진 것도 매출감소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업체별 매출규모는 게임시장을 주도해온 동서게임채널이 「C&C레드얼럿」 「NBA97」 등히트작을 포함, 총 48개 타이틀을 출시하면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작년보다 20%가량 감소한 80억∼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세무조사 등으로 그동안 게임업계의 관행이었던 무자료거래에 제동이 걸린 것이 적지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위는 「삼국지5」 「대항해시대」 등 일산 타이틀의 히트로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55억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비스코가 차지할 전망이며 3위와 4위는 연말시장에서의 판매결과에 따라 SKC와 삼성영상사업단이 박빙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영상사업단은 30개 타이틀을 출시, 「레이맨플러스」 「스페이스잼」등의 히트작을 냈으며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미쓰」 등의 12월 판매결과에 따라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SKC 역시 올해 약 22개의 타이틀을 출시, 「버츄얼파이터2」 「캠퍼스러브스토리」 등 히트작에 힘입어 올해 총 5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5위의 LG소프트는 20여개의 타이틀을 출시, 「다크레인」 「스톤엑스」 등이 히트했으나대작 「스타크래프트」의 출시가 내년 1월말로 연기됨에 따라 올해 매출 40억원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쌍용은 35편의 많은 타이틀을 출시했으나 유통사의 부도여파로 올 상반기에 3개월간 영업을 중단하고 직판으로 선회한 이후 판매량이 감소한데다 「툼레이더2」 출시가 연기되면서 올해 매출이 약 3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이처럼 판매실적이 부진한 반면 국산게임이 선전한 한 해로 기록된다. 최근 국산게임 개발의 흐름에 대해 업계의 관계자들은 『출시편수는 다소 줄었으나 작품의 평균적인 질은향상되었고 국산게임 히트작이 눈에 띠게 늘어났다』고 평가한다.

장르별 개발동향은 예년의 롤플레잉 게임 일변도에서 탈피, 전략시뮬레이션이 급부상하면서 양대축을 이루게 된 것이 가장 큰 특징. 롤플레잉과 전략시뮬레이션이 국산게임의 80%를 차지하는 가운데 소재와 장르가 다양한 게임들도 가세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국산게임은 3만장이 한계」라는 통념을 깬 것도 올해 거둔 성과 중 하나다. 「창세기전2」가 5만5천장 이상 팔리고 「도쿄 야화」 「캠퍼스 러브스토리」 「카르마」 등의 게임이 호평을 받으면서 국산게임의 히트 가능성을 열었다.

수출도 활기를 띤 한 해였다. 「아만전사록2」 「마이프랜드 쿠」 「아트리아 대륙전기」 「주라기원시전」 「카르마」를 비롯 10여편의 작품이 수출됐다. 대부분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대기업 마케팅력의 결합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산게임 공동개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차승희 한국 PC게임개발사연합회 부회장은 『전에는 국산게임보다 외산게임이 싸다는 이유로대기업들이 수입경쟁을 벌였으나 IMF시대를 맞아 환율이 높아지면서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중소기업과 연계해 게임개발에 주력한다면 오히려 국산게임 르네상스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