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업계의 올해는 빈곤 속에 풍요를 누린 해로 기록될 수 있다. 산업 전반적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TV홈쇼핑업계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95년 개국당시 생소하기만 했던 TV홈쇼핑이 이젠 생활유통의 한 부문으로 자리하고 있다. 2년여라는 단시간 내 TV홈쇼핑이 친근한 유통문화로 접근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올해 TV홈쇼핑사업의 성공요인을 묻는다면 이 물음에 대한 고찰이 정답이 될 수 있다. 홈쇼핑TV의 올해 성과와 그 원인을 상하로 나누어 살펴본다. <편집자>
유통점의 일방적인 판매문화에 익숙해있던 소비자에게 TV홈쇼핑이 제시한 서비스는 신선함을 일으켰다. 판매 프로그램을 통한 정보전달과 함께 소비자를 매장으로 유인하지 않고 직접 안방으로 찾아가는 적극적인 판매방법이 호응을 얻은 것이다. 이 결과 TV홈쇼핑 두 회사의 올해 매출은 1천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배 가까이 신장한 것이다.
이러한 매출신장의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만족」이다. LG홈쇼핑과 39쇼핑은 올 한해 마케팅전략의 중점사항을 고객만족으로 잡았다. 경쟁적으로 내놓은 서비스 경쟁은 결국 두 회사의 매출확대를 이끄는 일등공신이 됐다. 39쇼핑은 자사 채널에서 구입한 제품 중 타 유통점보다 비싼 제품에 대해서는 차액을 보상해주는 「최저가격 보상제」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LG홈쇼핑은 판매한 제품 중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전량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파격적인 「현금보상 리콜제」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이들 두 회사는 대형 콜센터를 구축하는 등 서비스 만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유통점 우선의 관행에 익숙해있던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올 한해 매출신장의 요인으로 영상, 통신문화의 저변확대와 홈쇼핑에 대한 인지도 상승을 빼놓을 수 없다.
매장 위주의 쇼핑에서 TV쇼핑으로 의식전환이 급진전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개시 3년째를 맞는 TV홈쇼핑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은 처음 「그런 것도 있나」에서 「필요하다」로 급선회하고 있다.
세번째 요인으로는 TV홈쇼핑사들의 과감한 투자다. 외국 홈쇼핑사와의 전략적 제휴와 방송설비 확충, 해외투자 유치 등 안팎으로 사세확장을 통한 대형 유통점화가 소비자에게 신뢰를 심어준 것도 매출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네번째는 연말 국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의 경각심에 부응한 것도 매출신장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TV홈쇼핑이 보석류와 외산 제품 판매비율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2월 들어 IMF체제로 전환되면서 양사 모두 국산 제품 위주의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집중 판매한 것이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유발시켰다. 방송의 공익성을 가미해 국산품 애용운동을 펼친 것 또한 큰 성과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