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먹구름 정보통신 · 컴업계 「깊은 주름살」]

정보통신, 컴퓨터업계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인한 시장수요 냉각과 자금운영 동맥경화, 사업구조 조정에 따른 감원태풍 등 사면초가에 몰려 사실상 파행경영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대다수 정보통신 및 컴퓨터업체들은 우선 IMF 지원체제 이후 은행의 수출입 금융업무가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수입원자재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수출협상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생산라인에서부터 수출영업에 이르기까지 업무마비 상황이 한달가량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원화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등락을 거듭, 전자업계의 수출입 업무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등 전자3사의 경우 이로 인해 수출제품 생산라인이 비상체제에 들어갔으며, 연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및 인력재배치 등 사내 구조조정이 한창이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전자제품의 국내수요가 얼어붙다시피 해 판촉활동을 거의 중단한 상태이며,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도 몇 차례씩 수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3사는 이와 함께 해외 현지 지사 및 법인에 대한 초긴축 경영방침에 따라 상당수 인력을 귀국시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 인력의 재배치와 현지 지사, 법인의 경영정책 조정방향을 놓고 고심중이어서 해외경영에도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기기 제조업체들도 원자재의 평균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등락폭이 심한데다 이들 수입부품을 확보하기조차 어려워 적정한 생산원가를 산정하기가 곤란함은 물론 생산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PC업계의 경우 주요 조립업체들의 생산라인이 약 2개월간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 역시 원화환율이 매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시장수요가 급속히 냉각됨으로써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으며, 이미 공급된 전산시스템 등에 대한 환차손까지 겹쳐 꼼싹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외국계 컴퓨터업체는 최근 미국 본사로부터 수백억원을 긴급 지원받기까지 했다.

또한 정보통신 및 컴퓨터 관련 전자부품업계는 대다수 업체들이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출영업 및 이익 확대의 효과를 누리기보다는 수출입 금융업무 마비로 자금운영에 고심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우는 하루하루 살아가야 할 자금확보가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정보통신 및 컴퓨터업계 관계자들은 요즘의 파행경영 사태에 대해 『국내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금을 회수하고 수출입 금융업무를 회피하는 등 몸을 사리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당장 움직이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한치앞을 내다보기조차 힘들다』며 조속한 금융정상화를 촉구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