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출연硏 20년간 특허 1인당 0.9건 불과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설립된 지 20년이나 됐지만 12월 현재까지 특허출원은 직원당 0.9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같은 특허출원 건수는 연구소 설립 및 대덕연구단지 입주시기가 10년이나 늦은 민간연구소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과학기술처 산하 대덕단지관리소가 대덕연구단지 소재 주요 정부출연연구소 및 민간연구소 등 36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적재산권 보유현황」에 따르면 12월 현재까지 대덕연구단지 입주기관 전체의 특허등록 실적은 2천1백25건, 컴퓨터 프로그램 등록은 8천1백42건, 실용신안 등록은 2백1건, 국제특허 등록은 6백2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항공우주연구소, 한국자원연구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국내외에 출원한 특허출원 건수는 모두 7천5백9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소 종사자당(용역직 제외 8천3백62명) 특허출원 건수로 보면 0.9건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 LG화학기술연구소, SK텔레콤 중앙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는 4천2백84건의 특허를 출원, 연구소 종사자당(4천2백34명) 1.01건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소 종사자당 특허출원 건수는 민간기업연구소의 경우 사무보조, 기술직 담당 직원까지 포함했다는 점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용역직 인력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또 특허출원 건수를 박사급 연구인력 수로 환산하면 민간연구소는 박사급 연구원당(총 5백69명) 7.53건의 특허를 출원한 반면 정부출연연구기관(총 2천2백45명)은 민간기업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3.38건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ETRI가 정부출연연구기관 전체 특허출원 건수의 68%에 해당하는 5천2백38건의 특허출원을 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정통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을 제외할 경우 과학기술처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특허출원 건수는 2천3백54건으로 직원당(6천4백68명) 0.3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별 특허출원 건수를 보면 ETRI가 5천2백38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LG화학연구소가 1천3백38건으로 2위를, 화학연구소가 7백3건,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가 6백57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초과학지원연구소와 천문대는 연구소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항공우주연구소와 자원연구소는 각각 9건, 45건의 볼품없는 특허출원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소, 선박연구소 등은 지난 78년 입주를 시작한 이래 20년 동안 단 1건의 특허출원도 내지 않아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KAIST 김모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20년 동안 연구원 1인당 1건의 특허출원도 내지 못한 것은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기보다 기존 기술에 대한 개량사업만을 벌이고 있다는 증거』라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대전=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