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정밀 LIB설비」 향배에 관심 집중]

꽃도 피우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에 처한 태일정밀의 리튬이온전지(LIB) 라인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국내에선 최초로 차세대 2차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LIB의 조기 양산을 적극 추진하던 태일정밀이 지난 10월 중순, 뜻밖의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좌초함으로써 시장에 「급매물」로 등장한 태일 LIB설비의 향배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태일정밀은 일단 재산보전처분 결정에 이어 법원에 화의를 신청, 현재 회사정상화에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수 천억원대의 대형 투자가 불가피한 LIB사업에 미련을 두기는 어려운게 사실. 이에따라 LIB시장 조기 진입을 위해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양산단계에 접어든 태일의 설비를 인수하는게 호기라는 판단 아래 삼성, 현대, LG, 대우, SK 등 5대그룹의 전지부문 계열사간의 물밑 인수 움직임이 활발하다.

물론 IMF자금지원을 기점으로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태일LIB설비 인수 열기가 초기보다는 다소 식은 것은 사실이지만, 차세대 2차전지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양산투자의 조기집행이 크게 유리하단 점에서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태일 LIB설비의 향배가 결정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태일정밀 측도 『5대그룹을 포함, 국내외 여러 2차전지 추진업체들과 매각을 위한 접촉을 가졌다』고 전제, 『현재로선 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하고 대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않아 답보상태에 빠져든 느낌이지만 대기업들이 대개 LIB투자를 불요불급의 우선투자 대상으로 선정, 늦어도 내년 2월안에는 최종 인수업체가 확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태일정밀의 LIB설비 매각방침과 여기에 눈독을 드리고 있는 대기업들의 의중에 상관없이 태일 LIB라인 인수건은 미묘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장차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무엇보다 매각처인 태일측과 인수업체들과의 핵심 쟁점 사항인 인수자금의 평가가격 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현재 태일정밀의 LIB설비는 부산항에 통관 대기중인 일본NEC산 LIB양산설비와 미국의 기술제휴선인 폴리스터社의 주식 보유분(약 5백만주)을 포함, 약 5백억원대로 추정된다. 문제는 최근 환율 급등락으로 대부분 리스방식인 양산설비의 가격책정이 상당히 어려운데다 태일이 폴리스터 보유 주식매각까지 이번 LIB설비 매각에 옵션으로 묶어놓았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태일이 보유한 폴리스터 주식에 대한 평가 가격이 지난 10월 태일의 몰락으로 미국에서 시세가치가 크게 하락, 3백억원을 호가 하던 것이 현재는 약 2백억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설비인수를 적극 추진했던 업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좀더 관망하자」는 선으로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일정밀의 LIB설비 인수 문제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LIB가 휴대폰, PCS 등 이동통신기기에 주력 탑재되면서 향후 시장전망이 매우 밝은데다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을 조기에 따라잡기 위해선 국내업체들에게는 단 하루도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요 공급의 시장경제논리를 적용해도 태일정밀의 LIB설비문제는 수요가 워낙 많고 경쟁이 치열해 조만간에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하며 『어쨌든 월 50만개 규모인 태일설비 인수가 LIB 초기 시장 선점의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