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이 민간기업으로 부터 일정 비용을 받고 연구개발을 대행해주는 민간기업 수탁과제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PBS(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제도 실시로 인해 민간수탁과제가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제 불황의 여파로 민간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내년 수탁과제 계약금액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출연연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간 한국통신으로 부터 연간 2백억원에 이르는 수탁연구과제를 받아 수행해왔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한국통신이 내년 연구비를 40∼60%정도 삭감할 계획으로 알려지자 이로 인해 수탁과제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TRI는 그동안 일정 비용의 연구개발과제를 제공하던 SK텔레콤이 올해부터 수탁과제를 줄인데 이어 막대한 비용을 제공하던 한국통신마저 경제불황을 이유로 내년부터 수탁 연구개발비를 축소한다는 내용의 긴축안을 내놓자 현재 2천억원대 이르는 총 연구계약고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TRI 관계자는 이에대한 해결책으로 중소정보통신기업과의 공동개발 등으로 수탁과제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내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이 연구개발비 규모를 줄이는 상황이어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정보통신 관련 국책연구개발 과제마저 줄일 예정이어서 국내 유일의 정보통신전문연구기관마저도 IMF충격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보통신분야에 이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생명공학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생명공학연구소는 최근 제약회사의 잇단 부도로 제약회사와의 공동연구과제가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심지어 그간 연구비를 지급하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현재 진행중인 연구과제마저 연구개발비 부족으로 중단해야 할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또 기계연구원, 항공우주연구소의 경우도 국내 주요그룹 계열사인 중공업회사, 항공회사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긴축경영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내년 수탁계약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출연연구소의 민간기업 수탁과제 감소는 정부의 선도기술개발과제사업, 기관 고유사업 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각 부서별로 연구과제를 만들어 운영해야하는 PBS제도 하에서 연구인력 감축 및 연구예산 축소 등의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내년부터 정리해고제가 실시될 경우 평생직장으로 여긴 연구소를 떠나는 연구원들이 늘어나는 등 IMF한파가 본격적으로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