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눈길끄는 美 FCC 「건물내 케이블설치 규제법」

미국 방송통신 주무기구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케이블TV 서비스 사업자 경쟁체제 도입에 이어 케이블TV 사업자간 공정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건물내 케이블 설치 규제법안을 마련,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마련된 이 법안은 신설 케이블회사들이 기존 회사를 상대로 더욱 효율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건물주가 신설 케이블회사를 선택할 경우 건물 케이블시스템 교체작업이 더욱 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신설 케이블회사는 그동안 기존 케이블TV회사가 이미 대부분의 건물에 회선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영상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동안은 건물주가 기존의 케이블회사와 거래를 중단하고 신설 케이블회사의 프로그램을 공급받으려 해도 법규상 상당히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었다. 우선 기존의 케이블TV회사가 자신의 회선을 팔지 않을 경우에는 케이블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데 계약상 이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손해를 제거하는 측에서 책임져야 했다. 더구나 건물전체에 대한 케이블 제거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비용 자체는 차치하더라도 건물주가 대대적인 공사를 좋아할 리 만무하다. 또한 기존 케이블TV회사의 간접적인 방해전략도 문제가 됐다. 기존 케이블회사는 건물주가 신설 케이블TV회사를 선택하려 할 경우 시청권을 위협하는 등 직간접적인 위협을 가해왔다.

이번에 FCC가 마련한 규제법안은 이러한 제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케이블TV회사의 권리보다는 신설 케이블TV 회사의 권리에 비중을 두었다.

새 규정에 따르면 건물주가 기존의 케이블TV회사에 교체계획을 통고하게 되면 기존 케이블TV회사는 새로운 케이블TV회사와 30일 안에 기존의 케이블시스템 가격에 대한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만약 이 기간 안에 타협점을 찾지 못해 신설 케이블TV회사가 프로그램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7일 안에 중재기관에 문제를 상정할 수 있게 했다.

기존의 케이블TV회사가 건물내 케이블시스템 판매를 거부할 경우 기존 사업자 비용으로 케이블을 제거하도록 했으며 이 작업 또한 새로운 회사가 새로운 시스템을 확보, 입주자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한 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위성방송과 인터넷과의 결합 등 새로운 영상소프트웨어를 발판으로 성장할 신설 케이블TV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번 FCC의 결정은 커다란 원군을 확보한 것이다.

반면 기존 케이블TV회사는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건물주나 신설 케이블TV회사의 권리에 편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시청자의 권리나 기존 케이블TV사업자의 소유권에 대한 배려는 무시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러한 규제법안에 대해 케이블TV업계를 포함한 방송계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규제법안이 추구하는 방향자체는 전체적인 방송 발달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FCC의 새로운 규제법안이 구체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작업이 요구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적용과정에서 여타의 법안들과 알력이 생질 소지도 다분히 있다.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문제가 법정으로 번진 경우는 없으나 법체계적인 차원에서 충분한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건물내 케이블 설치 및 교체 작업을 둘러싼 분쟁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