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 대 원화환율이 급등하면서 그동안 국내 부품업체들이 대외 가격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 돼온 해외 임가공 및 우회생산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90년대 초반부터 국내 인건비 등 비용상승에 따라 국제경쟁력을 상실, 중국, 동남아 등 저임금 국가로 빠져나가 임가공 생산이나 반제품(SKD,CKD) 우회조립생산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을 보전해 왔던 많은 부품업체들이 최근 환율 급상승에 따른 환차손으로 해외 경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외 우회생산비중이 큰 품목은 노이즈필터, 트랜스, 소형모터, 수정진동자, 스피커 등 대부분 인건비 비중이 높거나 수작업의 의존하는 노동집약형 제품으로, 국내 생산으로는 더 이상 가격을 맞출 수 없는 한계 품목이 대부분이어서 환율의 원상복귀 외에는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따라 해외에서 조립 생산, 상당 부분을 현지 내수와 수출에 할애하고 있는 업체를 제외하고, 국내서 원자재나 반제품을 내보내 조립 생산한 후 다시 국내로 반입하고 있는 상당수 부품업체들은 달러로 수입해서 원화로 판매하는 데 따르는 막대한 환차손과 함께 근본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맞추기가 어려워 현재 해외생산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그동안 판매와 생산을 국내와 해외로 빠르게 이원화함으로써 해외 생산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등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에 주력해온 일부 부품업체들은 현실적으로 해외생산으로 수지가 맞지않아 해외공급분이 줄어들어 어렵게 확보한 내수시장을 국내외 경쟁업체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형편이다.
여기에 최근 일부 대그룹 계열 세트업체들이 로컬 수출에 대해서도 고정환율 또는 고정환율에 일정비율의 변동환율을 적용하는 식으로 변칙적인 원화결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로컬수출의 결제를 원화로 바꾸는 것은 관세환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단순히 환차손을 전가받는 것 이상의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D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 동남아 등도 임금이 크게 올라 해외 임가공이나 우회생산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국내에 비해 30% 이상 절감하는데 불과하다』며 『그러나 이제 환율이 두배 가량 올라 제조원가는 물론 인건비, 운송비, 관리비 등 부대비용도 크게 상승, 해외 생산의 이점이 전혀없는 상태』라며 이같은 상태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되면 인건비 비중이 큰 부품업종은 모두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