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Ⅱ-21세기를 준비한다] 정보인프라에 나라의 앞날 달렸다

새로운 백년의 시대, 21세기가 몇 발자욱 앞으로 다가왔다. 새해 벽두부터 산업계에서는 가깝게는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극복하고 나아가서는 새 시대에 대한 도약를 준비하는 힘찬 발걸음소리가 우렁차다.

21세기형 산업은 규격화된 기술과 대량생산, 근대적 시장 구조의 20세기형 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21세기는 정보의 흐름 그자체가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는 정보사회가 보편화되는 시대다. 정보화는 모든 재화의 가치가 정보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정보화시대의 산업 첨병이 바로 정보인프라이다. 정보인프라의 확충은 양질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고 이런 양질의 정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망기술의 개발을 낳게 하는 연결고리이다.

2~3년전부터 정부는 민간기업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정보인프라 구축과 유망기술의 개발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벌여 왔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도 정보인프라구축과 유망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정책의 우선 순위로 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정보인프라는 물질과 에너지에 의해 주도되어 온 산업화 사회를 정보 주도의 정보화 사회로 이행시켜 줄 수단이 된다. 좁은 의미의 정보인프라는 컴퓨터, 방송, 통신기술의 융합형태인 정보 네트워크를 뜻한다. 넓은 의미의 정보인프라에는 기술인력도 포함된다. 여기서 정보화는 정보네트워크 기반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화를 말하는 것이다. 기존의 라디오와 TV방송 및 인쇄매체 시스템 등이 좁은 의미에서 정보인프라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쌍방향 코뮤니케이션의 조건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정보화 수준은 정보인프라의 보급과 정보이용률, 정보인프라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 그리고 기술 인력의 수준 등을 종합 평가해서 측정한다.

최근 발표된 한국전산원 자료에 따르면 95년 현재 현재 우리나라의 정보화 지수는 7백42로 5천3백50의 미국,1천9백26의 일본 등 선진국에 크게 뒤쳐져 있다. 또 2천4백의 싱가폴이나 2천1백67의 홍콩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3배이상 뒤쳐져 있다. 홍콩과 싱가폴 등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규모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정보화 지수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이들 국가들이 이미 80년대 말부터 정보 인프라구축에 힘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보화 증가율은 연평균 40.2%로서 비교 대상국가 가운데 독일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증가율 추세대로라면 21세기 초반 우리나라 정보화 수준이 경쟁국들을 능가해서 미국과 독일 일본 수준에 육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앨빈 토플러와 같은 미래 학자들은 21세기에는 한 국가의 정보인프라 규모와 효율성이 그나라 국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인프라는 그 자체가 사회 간접 자본으로서 성격과 사회 직접 자본으로서 성격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보인프라의 보급 확대를 위한 각계의 노력들을 보면 지난 96년 정부는 장관급 위원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가 정보화추진위원회를 구성, 활발한 논의 거치면서 90년대 후반부터 21세기 초반에 이르는 각분야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 중장기 청사진 가운데는 외교, 안보, 국방 등 국가 시스템의 중추에서에서 부터 교육, 법률, 지방자치, 농림수산, 산업, 환경, 보건, 인력, 행정, 과학기술, 금융, 공공 등 22개 분야의 세부 추진계획들이 포함돼 있어 정보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국가차원에서 본격화 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정보인프라에 의해 결실을 맺게 될 유망 기술은 정보화 시대의 「쌀」에 해당한다. 모든 기업들은 스스로 개발한 기술이라는 쌀을 먹고 연명하게 되는 것이다. 쌀의 영양가가 높으면 자신을 살찌우고 나아가서는 경쟁자를 제압하게 된다. 연간매출 6백억 달러의 거대기업 IBM이 순익과 시장 주도권 모두에서 연간매출 60억달러의 마이크로소프트에 현격하게 뒤지고 있는 현실은 쌀의 영양가 즉, 유망 기술의 중요성과 위력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대표적 사건이다. 정보인프라 구축 경쟁도 사실은 재화의 총체인 기술개발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적 방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유망 기술은 대량생산을 위한, 규격화된, 20세기 산업화사회의 그것과 질적을 다르다. 우선 남들이 뛰어들지 못하는 분야에 도전해 얻어져야 하는 것이 그 첫번째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유망기술은 요소기술과 차세대 원천기술 등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요소기술은 전략 분야에서 상품 개발에 긴급히 필요로 하는 분야로 예컨대 소프트웨어에서 시스템통합에 필요한 각종 단위프로그램과 같은 것들이다. 단위프로그램들은 본 프로그램을 고객의 요구대로 통합하거나 추가시킴으로 또다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창조해 낼 수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 초강대국인 미국의 경우 요소기술은 운용체계(OS)와 같은 프로그램을 의미할 수 있다.

차세대 원천기술은 미래의 기술 수요에 대비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전략적 노력과 투자를 경주함으로써 선진국에 앞서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기반의 PCS나 2백56Mb급 D램 등의 기술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망기술의 개발은 세계 각국의 경쟁과 기술보호가 치열한 만큼 정부와 민간기업이 힘을 합쳐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투자와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연구개발(R&D)투자에 대한 예산비율을 해가 거듭할수록 높여가고 있는 것은 이같은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민간기업들 역시 R&D 투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데 유망 기술분야의 상징처럼 돼 있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지난 96년 5%이던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이 오는 2001년에는 12%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의 주요국가들은 바야흐로 정보인프라 구축의 확대와 유망기술의 개발에 혈안이 되고 있다. 모든 국가들이 21세기의 청사진을 여기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정보인프라구축과 유망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간의 경쟁은 이제 총성만 없을 뿐 사실상 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01년까지 7만명 이상의 고급 기술인력을 특별 양성키로 한 것도 바로 전쟁터에 출병키 위한 부푼 꿈 때문인 것이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