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배속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롬 드라이브로 승부한다.」
국내 광기억장치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차세대 기억장치인 DVD롬 드라이브 사업전략을 재검토하면서 4배속 DVD롬 드라이브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는 4배속 DVD롬 드라이브가 데이터 처리측면에서 32배속 CD롬 드라이브와 속도가 비슷한데다 내년도 주력 PC로 부상할 펜티엄Ⅱ 기종의 성능에 적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미 4배속 DVD롬 드라이브의 개발에 착수해 내년 2, 4분기경에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며, LG전자도 내년 상반기중에 개발을 끝낸 후 하반기부터 주요 PC업체들을 대상으로 4배속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대량 공급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집중 공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실 이들 두 회사는 올 상반기에 개발한 1배속 DVD롬 드라이브가 성능저하와 호환성 문제로 실패작으로 돌아가자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2세대 제품에 큰 기대를 걸었다.
두 회사는 이달 초부터 2배속 DVD롬 드라이브의 양산을 개시해 1배속 제품의 실패를 만회하는 동시에 DVD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욕까지 보였다.
특히 2배속 DVD롬 드라이브는 1배속 제품과는 달리 CDR(리코더블)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와 호환성을 갖고 있는데다 데이터 처리속도 등 성능도 크게 개선됨으로써 PC사용자들로부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2배속 DVD롬 드라이브에 대한 관련업계의 관심을 끌기가 무섭게 이 제품에 치명타를 입힌 뜻밖의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지난달부터 미국 IBM에 이 제품을 대량 공급하는 과정에서 결함이 나타난 것이다. 히타치 제품은 DVD타이틀과 호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윈도95와 MPEG 보드간의 실행 명령어가 서로 맞지 않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나타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제 막 양산에 나선 2배속 DVD롬 드라이브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을 잃게 된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대부분의 DVD롬 드라이브용 핵심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국내업체들로선 2배속 제품을 주력품목으로 육성했다가 자칫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2배속 DVD롬 드라이브를 당초 계획에서 한달 정도 늦춰 내년 1월 초에 공급할 예정이지만 1배속 제품처럼 테스트하는 수준에서 소량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대신 2배속에 비해 성능은 물론 안정성이 대폭 향상된 4배속 DVD롬 드라이브를 주력제품으로 삼아 DVD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2배속 DVD제품을 내년 1월경부터 출하해 자체 주변기기 유통점인 CD롬 전문점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판매확대를 위한 특별한 판촉전략은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이보다는 4배속 DVD롬 드라이브 개발에 박차를 가해 내년 하반기부터 DVD시장을 주도하는 간판제품을 육성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DVD롬 드라이브 사업전략 수정이 히타치 파동에도 원인이 있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본격화하자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등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당분간 DVD롬 드라이브를 탑재한 고가의 PC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아래 이에 대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