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끼리 비디오를 감상하는 것도 신정연휴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관광지의 나들이 인파와 고속도로를 꽉 메운 교통정체, 짜증나는 바가지요금을 피해 집에서 오붓하게 둘러앉아 볼 만한 작품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식구들 모두가 「영화란 모름지기 재미있는 게 최고」라는 감상철학을 가졌다면 할리우드 흥행작 중 「쥬라기공원2」 「콘에어」 「아나콘다」 「맨 인 블랙」 「배트맨 앤 로빈」 등 요즘 대여순위 상위에 랭크된 작품을 권한다. 최근 출시된 히트비디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화면을 압도하는 특수효과로 무장된 SF영화라는 점.
올 최고의 극장관객을 동원한 「쥬라기공원2」는 전편보다 더 실감나는 컴퓨터그래픽과 더욱 포악해진 공룡이 한껏 스릴을 자아내는 영화. 공룡의 습격을 받은 탐험대 차량이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리고 여주인공이 유리판 위로 떨어지는 신이 압권이다.
화려한 캐스팅이 돋보이는 「배트맨 앤 로빈」은 할리우드 스타들로 실컷 눈요기할 수 있는 작품. 로맨틱 코미디부터 액션에 이르기까지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지 클루니, 미소년풍의 분위기로 여성팬을 사로잡는 크리스 오도넬, 근육질 스타의 대명사 아놀드 슈워제네거, 인터넷 최고의 인기스타 알리시아 실버스톤, 독특한 매력의 연기파 우마 서먼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건축기간만 5개월이 걸린 60피트 높이의 자연사 박물관, 거대한 옥상 식물정원, 더욱 매혹적으로 변한 고담시 등 배트맨 시리즈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화려한 특수효과가 눈을 즐겁게 한다.
외계인 사냥꾼 이야기 「맨 인 블랙」 역시 최고의 특수효과팀 ILM이 연출한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라스트신과 스펙터클한 영상,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의상 등 뒤지지 않는 SF작품. 아마존을 무대로 길이 13m에 무게 5톤의 거대한 식인뱀을 구경할 수 있는 어드벤처 스릴러 「아나콘다」 역시 특수효과 대작이다.
만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나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류의 로맨틱 코미디가 취향에 맞는다면 줄리엣 비노슈, 윌리엄 허트 주연의 「카우치 인 뉴욕」이 실망스럽지 않을 만한 작품.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펼쳐지는 상큼한 사랑이야기가 잔잔한 에피소드와 함께 깔끔하게 그려진다.
적당하게 예술성을 갖춘 에로물을 보고 싶다면 슈퍼모델 출신으로 킴 베이신저의 뒤를 잇는 미녀스타 앤지 에버하트의 관능적 연기와 좀 뚱뚱해지긴 했어도 왕년의 섹스심벌인 미키 루크의 원숙한 매력이 돋보이는 「나인 하프 위크2」가 추천작.
수채화같은 가족영화 한 편을 원한다면 「마르셀의 여름」이 제격. 샌프란시스코 국제가족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이 작품은 어린 소년과 아버지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수작이다.
아트필름을 선호하는 영화 마니아라면 장 뤽 고다르의 기념비적 작품 「비브르 사비」를 권한다. 고다르의 영원한 연인 안나 카리나의 매혹적인 연기와 「셰르부르의 우산」을 만든 명장 미셸 르그랑의 감미로운 음악이 인상깊은 영화.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꼬마여우 토드와 사냥개 코퍼를 통해 아이들에게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수 있는 「토드와 코퍼」, 2000년 전 주문에 걸려 현대의 뉴욕 맨해튼에 떨어진 신화 속 슈퍼히어로 6인방의 활약을 그린 「수퍼골리앗」, 나는 공격수 피핀, 가장 용감한 개구리 장밥, 느리지 않은 거북이 스피드 3총사 등 전편의 주인공이 총출동하는 해피엔딩 스토리 「백조공주2」, 충무공 이순신을 소재로 선조들의 애국심과 용기를 배울 수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 「난중일기」 등 신작 만화 비디오들이 볼 만하다.
그밖에 왕자와 거지의 모티브를 현대식으로 코믹하게 풀어간 유쾌한 코미디 「스카이 닥터」,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1백% 스트레스 해소용 영화 「할렐루야」, 충무로 흥행배우 넘버1 한석규가 넘버3 깡패연기를 하는 액션영화 「넘버3」, 평단에서 최고의 한국영화로 손꼽는 소설가 이창동의 감독 데뷔작 「초록물고기」, 목욕탕을 찾는 다양한 인간군상 훔쳐보기의 「억수탕」 등 수준급 방화가 많이 나와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