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료기업계, 군살빼기 경영 돌입

전자의료기기업계가 대대적인 군살빼기에 착수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올 전자의료기기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중외메디칼, 일동메디텍, 삼성GE의료기기 등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이 조직축소 개편, 임금 동결 등 감량경영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이 군살빼기에 착수한 것은 대다수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의료기기 신규 도입을 꺼릴 것으로 전망되는 등 최악의 경영난이 예상되는 데다 수입 비중이 큰 업계 특성상 환차손 발생요인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외그룹은 연말 단행한 인사에서 그동안 중외메디칼 경영을 책임져온 이광선 부회장을 퇴임시키고 최덕길 사장과 김광식 부사장을 상임고문으로 발령하는 등 최고 경영진 모두 전격 교체했다. 이는 경영 부진에 따른 문책의 측면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조만간 있을 후속인사에서도 영업실적이 부진했던 사업부의 팀장급은 철저히 문책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사장에는 계열사인 대유신약의 안병욱 부사장을 승진 발령했으며, 비교적 영업실적이 좋았던 내시경사업부 고광곤 이사를 상무이사로 승진 발령했다.

또 중외메디칼은 그동안 3개 본부 체제로 운용되던 회사 조직을 1, 2개 본부로 축소하거나 별도의 조직 개편 없이 전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 9가지의 군살빼기 방안을 마련해 신임 안 사장과 협의해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엄청난 환차손과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동메디텍은 최근 조직축소 방안의 하나로 서울, 경기지역의 직판체제를 대리점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고정비용 지출을 크게 줄였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20여명의 영업부 직원들을 퇴사시키는 대신 강남, 강북, 강동 등 3개 지역에 대리점을 설립해 직접 운영토록 했으며 이들 대리점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삼성GE의료기기도 환율 폭등으로 엄청난 환차손이 예상되자 신규 판매하는 장비에 대해서는 달러베이스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의료기관들과 계약한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와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등 고가 전자의료기기에 대해서는 계약 취소 및 납품 유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내수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전 직원의 임금 동결 및 고용직 감원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밖에 수입 비중이 높거나 수입이 없더라도 수출 비중이 낮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대다수의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이 한계사업 정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군살빼기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감량경영을 하더라도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서너달만 지속되면 전자의료기기업체들 중 20%에서 40%가 도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