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 셀린 디옹「Let’s Talk About Love」

90년대를 대표하는 여가수는 누구일까.

아무래도 1번 후보는 머라이어 캐리가 되기 쉽겠다. 하지만 그녀는 리듬 앤 블루스를 많이 차용하고 목소리의 기교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오래 듣다 보면 피곤한 느낌을 주고 있어 전세대에 걸친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무난하게 두루 사랑받는 여가수라면 오히려 셀린 디옹일 것이다. 캐리가 소속사 사장과의 염문과 결혼 등을 통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언론에 노출된 반면(별거에 들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보는 면도 있지만) 같은 음반사에 소속된 디옹은 그런 플러스 알파 없이 점진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불어 사용권인 캐나다 퀘벡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음악활동을 해 왔던 디옹은 불어 사용이라는 한계 때문에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월드 스타로 발돋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91년 영어 앨범 「Unioson」을 발표해 단숨에 주목을 받게 되고 그 이후부터는 탄탄대로를 밟아왔다.

선이 가늘면서도 높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특이한 목소리에 감정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드라마틱한 창법을 마음껏 구사해 특히 영화주제가 전문가수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 그녀에게는 미국 시장 입성에 큰 도움이 된 셈이다.

그녀가 이번에는 5번째 영어음반을 발표했다. 이 음반은 발매 이전부터 이미 여러가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먼저 이른바 「디바형」 여가수의 대선배인 바브라 스트라이잰드와의 입맞추기. 자존심 강하고 개성 뚜렷한 스트라이잰드에게 이런 허락을 받아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로 둘은 함께 「Tell Him」이란 곡을 불렀다. 이 곡은 스트라이잰드의 신보에도 수록될 예정인데 디옹의 색깔은 솔직히 찾아보기 힘들다. 전형적인 스트라이잰드 스타일로 디옹은 다만 참여했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할 듯.

그 외에 자그마치 16곡이나 수록된 이 앨범에는 영화주제가 전문가수답게 히트 영화주제가 하나를 싣고 있다.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영화 「타이태닉」의 주제가 「My Heart Will Go On」이 얌전히 들어가 있는데 개봉 첫 주부터 큰 수익을 올린 영화와의 시너지 효과로 이미 히트는 예약해 놓았다.

그 외에 특이한 점이라면 「Treat Her Like A Lady」에서 레게를 시도했고 「Amar Haciendo El Amor」는 스페인풍의 노래로 스페인어로만 불렀다. 리오 세이어의 히트곡 「When I Need You」의 리메이크는 차라리 하지 않는게 나았다 싶을 정도지만 그 외의 곡들은 우아하고 서정적이면서도 듣는 이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그녀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곡으로 디옹만의 향기와 품위가 느껴진다.

<박미아·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