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최초의 64비트 CPU인 「머스드」 개발 작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기존 64비트 CPU업체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같은 CPU업체들의 움직임은 DEC사의 알파칩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 선마이크로시스템즈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자바프로세서를 개발중인 LG반도체 등 국내반도체 업체의 비메모리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PARISC」를 선보였던 HP는 아예 인텔과 공동으로 머스드 개발에 나섰는가 하면 특허문제로 인텔에 소송을 제기했던 DEC는 자사의 반도체 개발 부문을 인텔에 7억달러에 매각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 관련 특허권을 향후 10년간 상호 라이센스키로 지난 10월 합의했다. 또 최근에는 64비트 독자 CPU 고수를 천명했던 선사도 머스드에 자사 유닉스 기반의 OS인 솔라리스를 이식하고 또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스템,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무상 특허 상호 이용(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인텔과 체결했다.
이같은 일련의 결과로 인텔은 머스드를 개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특허문제를 해결, 개발행보에 가속이 붙게 됐다. 또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던 OS를 솔라리스 등으로 다변화함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고객들에게는 OS 선택의 폭을 넓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머스드 개발파트너인 HP는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머스드 기반의 시스템에서는 경쟁 업체보다 미리 개발을 진행, 시장선점에 나설 수 있고 「PARISC」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머스드에 완벽하게 이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1%를 못미치는 미약한 시장점유율로 한계에 부딪쳤던 DEC는 CPU사업부문을 인텔에 매각함으로써 시스템 사업에 더욱 힘을 싣게 됐다. 또 CPU개발인력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시스템사업의 기술발전추이에 능동적으로 적응해가는 한편 CPU사업을 위한 여지도 남겨둔 셈이다.
선사는 자사의 「울트라스팍」칩 외에도 머스드에 솔라리스를 이식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우위를 바탕으로 전개해왔던 워크스테이션, 서버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 고객에게는 다양한 CPU 선택의 폭을 마련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한편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사태가 인텔의 위세에 기존 64비트 CPU업체가 무릎을 꿇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DEC,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심지어 HP까지도 CPU 사업 포기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머스드」가 9백MHz이상의 클록스피드를 갖고 기존 X86기반의 프로그램과 완벽한 하향 호환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존 업체들은 CPU사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DEC가 CPU개발인력은 그대로 유지키로 해 기술 도입 등에는 크게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알파칩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계약 이면에 적지않게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다.
또 LG전자도 선사와 인텔과의 계약이 향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향후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LG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인텔이 자바칩 생산에 나설 경우 이는 시장확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여러업체가 시장을 확대해 가는 것이 앞서 개발하고 있는 LG반도체로서는 도움이 될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놨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