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은 지난해 연말 그룹인사를 단행하면서 40대의 전주범 상무를 대우전자 사장으로 전격 발탁,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영업일선에서 잔뼈가 굵어온 전주범 사장은 현장중심 및 수익우선의 경영을 강조하면서 오는 2000년까지 대우전자를 세계 5대 가전메이커로 도약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체제에서의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경영 이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틀을 준비해야 한다는 전 사장은 현장에서 발로 직접 뛰는 경영자가 될 것이라며 새해 각오를 다졌다.
-대우전자 최고사령탑으로서 새해를 맞은 각오와 포부를 밝혀주시죠.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는만큼 대우전자가 세계 일류기업으로 확실히 올라설 수 있도록 젊음과 역량을 모두 쏟을 각오입니다.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직접 몸으로 뛰고 부닥친 경험을 살려 영업의 최일선에서 대우전자를 판매하는 세일즈맨 사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갈 것입니다. 대우전자는 규모, 글로벌화, 품질, 명성 등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를 자산으로 앞으로 임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모든 부문에서 효율을 극대화하고 탱크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2000년대 소니, 마쓰시타, 필립스, RCA 등과 함께 세계 5대 가전메이커의 반열에 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계 최고 경쟁력 확보 -경영방침과 올해 역점을 둘 사업부문은 무엇입니까.
▲우선 가전사업의 효율을 극대화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나갈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 및 가격우위 확보에 주력하고 세계경영을 가속화해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수익구조를 혁신해야 합니다. 또 핵심 전략기술에 대한 투자확대 및 연구개발 능력 극대화를 위해 멀티미디어 및 하이테크 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영상 디스플레이 및 디지털TV 등 중점분야에 집중투자, 기술개발의 주도권을 장악해나가겠습니다. 경영체제 또한 현장중심으로 전환시킬 작정입니다. 고객중심의 의식개혁과 함께 본부나 관리부서는 지원체제로 전환하는 등 현장위주의 경영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또 해외 본사체제가 본격 출범한만큼 세계경영 네트워크 구축으로 본사 및 해외본사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일체감 조성을 통해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해나갈 것입니다. 대우전자 직원들 스스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사회에 보답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의식개혁작업도 본격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극심한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를 평가해주시고 올해 사업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지난해 가전부문의 내수시장 규모가 전체적으로 9.5% 감소라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대우전자는 이 부문에서 1조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2.6%의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대우전자의 성공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해외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대우전자는 수출에서 96년에 비해 무려 19.4% 성장한 3조1천억원의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올해 또한 내수부진이 예상되고 있는만큼 내수는 현상을 유지하고 수출부문을 집중적으로 강화해나갈 생각입니다. 따라서 올해는 수출부문이 전년대비 29% 늘어난 4조원으로 대우전자가 사상 처음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수부문에서는 국내 영업 및 서비스 부문에 대해 독립채산제를 운영하고 수익우선의 경영 등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수출늘려 매출 5조 달성 -IMF시대는 국내 기업들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전산업은 수입선 다변화의 조기폐지 및 유통시장 개방 등으로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국내 가전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은 있습니까.
▲글로벌 경제체제 아래에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대우그룹이 7,8년 전부터 추진해온 세계경영도 그 근본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게 목표입니다. 또 대우전자가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둘 수 있는 배경도 바로 탱크주의를 앞세워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수입선 다변화제도와 같은 임시적인 방법으로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IMF시대에서는 이같은 원칙이 더욱 철저하게 적용되는만큼 기본적으로 시장, 즉 고객의 요구에 가장 충실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 지금까지 외형확대 경쟁에서 탈피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매출이 큰 사업부가 잘되는 사업부라는 보편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1인당 부가가치가 높은 것을 기준으로 사업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할 것입니다. 성장단계에서는 매출이 중요하지만 상황이 변화된만큼 이제는 매출보다는 수익성이 우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매출위주의 경영도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지금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틀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소비자들도 무분별한 외제선호에서 벗어나 정말로 품질이 우수하고 사용이 편리한 제품을 잘 선택해 구매하는 것이 국내업체를 도와주고 국산제품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준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대우전자는 가전 전문업체라는 인식이 높습니다. 따라서 첨단분야에서는 경쟁업체에 비해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와 관련된 사업구조 고도화계획은 있는지요.
▲디지털분야나 멀티미디어분야 등 첨단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경쟁기업에 못지않습니다. 다만 첨단제품에 대한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을 먼저 출시하는 것 등으로 기술과시적인 경쟁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우전자의 이같은 모습이 경쟁기업에 비해 첨단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으로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우전자는 내장형 인터넷TV를 국내 처음으로 상품화했으며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장치인 AMA(Actuated Mirror Array) 개발에 성공, 올 상반기중 상품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대우전자의 기술수준이 상당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들일 것입니다. 첨단제품도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편하게 오랫동안 사용해야 한다는 기본개념에 충실해야 합니다.
제품생산 수직계열화 구축 대우전자는 시장이 성숙돼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낼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또 부품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수직계열화함으로써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대우전자의 해외경영은 해외본사체제 도입 등으로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경영을 위한 계획과 해외본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우의 세계경영은 앞을 내다본 경영이념과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우전자가 해외투자를 확대해 상대적으로 국내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대우전자는 사업이 확대되면서 부족한 부분을 해외에서 충당했으며 이것이 오늘날 세계경영의 성공을 가져온 기반이 됐습니다. 글로벌체제 아래에서 앞으로 해외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특히 IMF체제에서 해외사업의 전반적인 축소가 불가피하겠지만 이미 준비된 사업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투자를 지속해나갈 것입니다. 해외 파이낸싱을 대폭 강화하고 모로코, 인도, 인도네시아 등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나갈 생각입니다.
여건되면 톰슨 인수 재개 또 해외 본사체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 가동됨에 따라 해외사업장은 지역내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경영전반에 걸친 경영을 맡게 되며 국내 본사는 해외사업장과 마찬가지의 책임과 함께 전체적인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 발굴 및 각 지역간 업무를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프랑스 거대기업인 톰슨의 인수문제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전 사장께서는 톰슨인수에 직접 관여했는데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합니까.
▲프랑스정부가 톰슨을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현상황에서 톰슨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간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책은 상황이 변화되면 바뀌고, 또 앞으로 정치논리보다는 경제논리가 우선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톰슨 인수를 위한 작업을 재개하게 될 것입니다. 톰슨은 모든 전자분야에 대한 기술력과 브랜드력을 갖춘 기업이기 때문에 인수대상으로서뿐만 아니라 전략적 제휴대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대우전자가 톰슨 인수에 나선 것도 톰슨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기 위한 과정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대우전자의 톰슨 인수노력은 대우전자를 통해 전세계가 한국의 산업능력과 경영능력을 인정해주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리=양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