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대학정보화] 상아탑에 「정보화 열매」 달렸다

정보통신분야를 특화해 명문대학보다는 명문학과를 육성하려는 대학들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경쟁의 무풍지대로 여겼던 대학이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돌입하면서 기존의 백화점식 학과 운영에서 탈피, 특성화, 전문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교육부가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유수의 대학을 연구 중심대학으로 전환하면서 대학원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많은 대학들의 특성학과 육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따라서 많은 대학들은 인문사회계열의 학과 정원을 줄인 대신 그 인원을 정보화관련 학과로 배정하는 것을 비롯, 학교차원에서의 지원도 최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 정보화에 앞장 또 교육부와 대학협의회 등에서 추진중인 대학정보화 실태조사에 대비, 대학마다 실습기자재 도입과 교수충원, 시설확충 등을 과감히 실시하는 등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들은 최근에 지역정보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에 무관심해온 대학들이 대학의 우수한 시설과 장비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려는 움직임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학들이 지역사회와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은 지역학교 정보화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대용량 시스템 및 통신망을 중, 고등학교에 지원해 지역학교의 정보화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요즘 대학에서 한창 교내정보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스톱서비스」(One Stop Service)는 대학정보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원스톱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아주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이며 숭실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은 현재 시스템 설치중에 있다.

숭실대 오해석 부총장은 『교육부의 연구중심대학 발표로 그동안 특성화학과 육성을 주저해온 많은 대학들이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며 『우리도 외국 대학들처럼 한 대학의 모든 학과를 명문으로 만드는 기현상에서 벗어나 대학마다 명문학과가 있는 개성있는 대학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학들이 특성화 학과로 최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정보화관련 학과다.

현재 정보관련 학과중심으로 별도의 단과대학을 설립한 대학은 숭실대(정보과학대학), 한국외대(정보산업공과대학), 한림대(정보전자공과대학), 아주대(정보통신대학), 동덕여대(전산정보과학대학) 등이며 신설을 서두르고 있는 대학은 부경대(정보대학), 조선대(정보공과대학) 등 10여개 대학에 이른다. 상명대 서울캠퍼스와 배재대, 호남대 등 일부 대학은 아예 대학자체를 정보화관련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대학에서는 동양공전과 영진전문대, 경성전문대, 창신전문대 등이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정보대학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숭실대는 지난 95년 가장 먼저 정보과학대학을 설립, 매년 7백10명의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숭실대는 정보과학대학과 공대내의 전자 전기 정보통신공학부를 투톱체제로 운영, 국내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육성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숭실대는 최근 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분야 우수정보대학원으로 선정되는 등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보전자공과대학을 강원도 최대의 명문대학으로 육성하려는 한림대는 특히 반도체와 제어공학, 통신 및 신호처리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한림대는 한림과학연구단지를 내년에 착공, 이곳에 관련연구소와 창업보육센터 등을 설치해 강원지역 첨단연구의 산실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광모 학장은 『한림대는 기존에 의대와 인문사회대학 중심으로 운영됐으며 정보전자공과대학은 96년 발족해 가장 늦게 설치했지만 앞으로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백회점식의 육성보다는 컴퓨터와 전자관련 학과 중심으로 특성화에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문대학 발빠른 행보` 공대로 출발한 아주대도 정보통신대학을 간판학과로 육성한다. 올해 학부를 단과대학으로 확대 개편하고 대대적인 육성계획을 수립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김동윤 학장은 『매년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정보통신관련 학과에 들어오고 있다』며 『정보통신대학을 특성화하려는 대학측의 의지가 매우 높다』고 말한다.

지난해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학을 통합해 만든 국립 부경대도 정보대학을 특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양대학의 통합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부경대는 정보분야를 대학의 간판학과로 육성하기로 하고 최근 교육부에 정보대학 설립안을 제출했다. 부경대는 공과대학내의 정보통신공학과 등 6개 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의 전자계산학과, 경영대학의 경영정보학과를 정보대학으로 만들고 특성화할 계획이다.

정보대학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김석태 공대부학장은 『정보특성화 대학설립은 미래대학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우수학생 유치와 첨단기술 개발을 통해 신생 부경대의 이미지를 높이는 촉매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보산업이 낙후된 부산 경남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에 위치한 정보산업공과대학도 학교측에서 대대적으로 육성하는 학과다. 용인캠퍼스에만 설치된 정보산업공과대학은 어문계열 중심의 외대를 공대중심으로 특성화하려는 대학의 2000년대 장기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김중환 학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실습실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학교측의 지원이 높다』며 『2000년대 한국외대의 간판학과로 육성하기 위해 독립건물 신축과 부설연구소 설치, 창업보육센터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대학을 특성화하려는 대학들의 행보가 명문대학에서 명문학과로 전환하고 있는 우리의 대학현실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대학들의 이러한 의욕 못지않게 전산직업교육기관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전산직업교육기관은 단기과정을 통해 중견직업인을 양성하는 목적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입학정원의 확대로 교육인원이 점차 줄어 들면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산직업 교육기관들은 현장중심의 교육과 인성교육 등을 통해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배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산교육기관도 의욕적` 교육부 학원법에 의한 대학부설 전자계산원과 노동부 직업훈련기본법에 의한 직업전문학교 등으로 이원화된 전산직업교육은 당초 미진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기과정을 통해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초기와는 달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상위학교 진학을 하기 위한 간이역쯤으로 생각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일부에서는 정규 교육기관인 것처럼 과당홍보, 대외적인 인식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한때 대학졸업자들의 재취업 코스로도 인기를 누렸던 전산직업교육은 최근 들어 체질개선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변화는 본래 취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단기과정을 통해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직업인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실기중심의 교육과정 편중과 인성교육 강화, 시설현대화 및 우수한 강사진 확보 등을 통해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동국대 전자계산원 한범룡 과장은 『전산직업교육의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대학에서 소화하지 못한 영역을 공략하면 나름대로 시장성이 있다』라며 틈새시장에서 어떻게 우위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전산직업교육 역시 대학과 고등학교간의 틈새를 메우고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내는 전문교육기관으로의 변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양봉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