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의 불황 여파로 원가절감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됨에 따라 국내 소자업체들이 믹스 매치(Mix & Match) 방식 장비 운영과 중고 제품의 채용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LG 등 반도체 3사는 최근 제조 공정별 장비 도입 기종을 더욱 세분화하고 초미세(Criticaㅣ) 공정에는 최신 고가 장비를, 일반(Noncritical) 공정에는 이보다 하위 및 중고 장비를 채택하는 믹스 매치 방식 장비 운영을 확대 적용함으로써 신규 라인 건설에 따른 설비 도입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스테퍼 등 가격 비중이 큰 전공정 장비 분야의 경우 일부 초미세 회로 공정에만 스캐너(Scanner) 등의 최신 장비를 도입하고 나머지 공정에는 기존 16MD램용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 제조 공정별 장비 도입 기종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높은 기술 장벽으로 국내업체의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던 일부 전공정 분야도 믹스 매치 방식 장비 운영의 확대와 함께 하위 기종 및 중고 장비의 수요가 크게 늘어남으로써 이 시장에 대한 국내 장비업체들의 신규 참여가 잇따를 전망이다.
소자업체 한 관계자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생산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곧바로 제조 장비의 교체를 의미하지 않으며, 따라서 비슷한 성능의 신제품에 비해 기종에 따라 30∼80%까지 가격이 싼 중고 장비의 활용은 지금처럼 공급과잉 추세에 있는 반도체시장에서 생산비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웨트스테이션 장비 분야의 경우 최근들어 개보수를 통한 중고 장비의 도입 사례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태양테크, 대창하이테크, 우신쎄미텍, 선일테프론 등 이미 4∼5개 전문업체가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핵심재료 가운데 가격 비중이 가장 큰 웨이퍼 분야 또한 재생 제품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6인치 테스트모니터용으로 재생웨이퍼를 일부 사용해왔던 반도체 3사는 올들어 8인치 라인에까지 재생웨이퍼 사용을 확대하고 있어 시장규모도 지난해 월 2만장 정도에서 최근 7만∼8만장 수준으로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향후 반도체 라인에 대한 투자 부담은 점차 가중되는데 반해 세계 반도체시장은 무차별 가격경쟁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생산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같은 믹스 매치 방식 장비 운영과 중고 제품의 채용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세계반도체장비 및 재료협회(SEMI)는 최근 그 존재조차 불확실하던 중고 반도체장비시장이 지난 2∼3년간 평균 두자릿수 이상의 고속 성장을 거듭, 현재 약 9억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