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경제위기와 리더십

우리나라에서 최근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1929년 말 미국을 강타했던 대공황과 싸워 이긴 미국 사상 초유의 4선 대통령으로 경제위기를 반전시킨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최근 3고2저의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당선된 1933년 미국은 실업률 40%로 대도시 성인의 절반이 실업자였다. 빈민들은 빈터나 공원에 천막을 치거나 버려진 자동차 안에서 생활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후버는 「레임덕(lame duck)」 상태였고 대통령 당선자 루스벨트에겐 아무런 헌법적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달라졌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며 새로운 미국 건설을 위한 전국민의 행동을 촉구하고 뉴딜정책을 제시했다. 뉴딜정책은 3R(Relief, Recovery, Reform)을 목표로 빈곤과 실업구제, 기업활동의 정당한 경쟁회복, 사회시스템의 근본적 개혁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해 대공황과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경제학자가 「케인즈」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뉴딜정책이 순탄하게 집행된 것만은 아니다. 취임 2년이 되도록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보수세력의 저항에 부딪쳤고 빈곤층의 불만이 팽배했다. 하지만 그는 라디오방송 「노변정담」을 통해 국민과 대화하면서 국민을 설득했다. 또 정치에 반대세력도 있어야 함을 깨닫고 이해가 상반된 집단들을 포용해 결국 모든 것을 성공시켰다.

중요한 것은 루스벨트의 리더십이 미국 국민들의 불안과 염려를 낙관과 희망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제위기 극복과정도 리더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경제난 타개나 개혁의 모습은 국민운동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민까지 나라경제살리기 운동에 나서 국민운동으로 승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 수집운동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만큼 루스벨트 같은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심이 없는 지도자는 국민이 따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