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일본 교세라그룹의 창업주인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회장(65)은 돈과 명예를 버리고 돌연 불교에 귀의하겠다고 선언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내 자신의 철학을 완성시키고 죽음이란 여행길을 떠나기 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을 남기고 삭발, 승려가 됐다.
때문에 그는 일본에서 「경제계의 기인」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 기업 최고경영자의 출가를 전세계 언론이 관심있게 보도한 것은 이나모리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주가 아니라 일본의 세계적인 벤처기업가라는 이유가 더 크다.
직원 3만명, 매출 5천여억엔. 이나모리 회장이 38년간 독창적인 경영방식과 아이디어, 추진력으로 얻어낸 경영성적표다. 그는 지난 59년 자본금 3백억엔의 벤처기업 교세라를 진두지휘해 전화사업을 비롯 휴대전화, PHS, 야시카카메라, 이리듐 위성통신합작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교세라는 96년 3월 결산에서 3년 연속으로 일본기업중 이익률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이나모리 회장은 세계 벤처기업의 교과서가 되는 「아메바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유명하다. 그는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하는 아메바처럼 신축적인 소조직을 사내에 만들어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고 이를 독립시켜 상호경쟁을 유발토록 함으로써 벤처기업의 한 모델을 일구어 냈다.
또한 이나모리 회장은 젊은 경영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모리와주쿠란재단을 설립해 일본벤처기업의 상징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도 길러냈다. 그래서 그는 「경제계의 기인」이자 「벤처기업의 원조」라고도 불린다. 그는 국내에서 씨없는 수박을 만든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하다.
『인생의 만년을 조용하게 지내면서 마음을 닦고 싶다』며 홀연히 불문에 입문한 이나모리 회장이 지난 5일 속세로 돌아와 새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밝히는 환속의 이유는 일본경제의 위기극복에 대한 소명감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의 환속을 보면서 IMF한파로 시달리고 있는 한국이나 극심한 내수침체로 경기하강 국면을 맞고 있는 경제대국 일본이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