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과 함께 국내 통신산업을 이끌어온 데이콤은 지난해 시외전화사업에서 고전하면서 사상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하나로통신을 설립, 숙원이던 시내전화사업에 진출했으나 온세통신의 등장으로 시외, 국제전화에서 새로운 도전을 겪게 되는 등 전반적으로 많은 변화를 경험한 한 해였다. 올해 시무식을 김영철 전 부사장에 대한 묵념으로 출발하면서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 데이콤의 올해 설계도를 곽치영 사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지난해 데이콤의 경영성과를 평가해주십시오.
▲지난해에는 천리안이 국내 PC통신 역사상 처음으로 1백만 가입자를 돌파해 사업으로서 홀로서기에 성공, 정보시대의 미디어로 정착한 의미있는 한 해였습니다. 특히 88년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지 10년 만에 유료가입자 1백만명을 돌파하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는 것은 천리안이 국내 최고의 서비스임을 재확인하는 것임은 물론 세계적인 통신서비스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전화시장은 각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가입자 상품시대로 전환되는 변화를 맞았습니다. 데이콤은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과 지배적 사업자인 기존 사업자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터치터치 002 D/C클럽」을 필두로 고객의 욕구에 맞는 고객지향형 신상품을 타 사업자에 앞서 적기에 출시한 것이 적중해 시장방어에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합니다.
시외전화부문에서는 시내망이 독점되고 「082」라는 세 자리 번호를 추가로 눌러야 하는 원천적인 불공정경쟁 환경에서 사전선택제가 실시돼 가입형 시장으로 전환됐습니다. 신규 사업자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불공정경쟁 환경 속에서 당초 의도한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으나 이는 어떤 의미에서 예상할 수 있었던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외전화 경쟁환경에 덧붙여 국내 기본통신산업 분야에서의 경쟁은 시내망의 독점에서 연유하는 원천적인 불공정 환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는 데이콤뿐만 아니라 많은 신규 사업자의 출현 자체를 싹부터 자르는 것으로,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이 꽃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시내망이 공정하게 중립화되고 공개적인 상황이 돼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97년도 사업성과는 시외전화의 매출부진에도 불구하고 환차손을 제외한다면 2백억원 정도의 이익이 예상됐으나 갑자기 불어닥친 IMF여파에 따른 평가손으로 인해 다소의 적자를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는 최악의 경기불황이 예상됩니다. 전반적인 경영환경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IMF여파로 인해 국내 경제 전반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금년은 데이콤에 있어서도 대단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데이콤은 이에 따라 강점사업인 전화사업과 정보통신(천리안)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조정을 착실히 진행해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의 시외 및 국제전화 요금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최근 환율이 2배 가까이 급등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한국의 국제전화 요금은 지나치게 낮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해외로의 발신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환율상승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방지하고 트래픽의 편중현상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국제전화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올해 부문별 경영목표는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데이콤은 올해 초긴축경영과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에 주력해 작년보다 13% 늘어난 7천5백억원의 매출과 1백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투자규모는 작년보다 20% 감축한 3천억원으로 시외, 국제전화 및 데이터통신, 정보통신부문의 기간전송로 구축 등에 2천3백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연구개발부문에 2백4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부문별로는 시외전화와 국제전화에서 각각 2천1백억원과 2천9백억원을 달성해 전화부문에서 전체 매출액의 67%인 5천억원을 달성하고 전용회선, 데이타망, 방송중계 등 데이터통신 사업부문에서 1천1백억원, 천리안, 전자상거래, 인터넷 등 정보통신부문에서 1천2백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사업별로는 시외전화의 경우 가입형 서비스로의 전환에 따라 전략제휴망과 통신상담사 등을 적극 활용해 유통망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공정경쟁 여건개선과 접속료 부담률의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기반 구조를 다질 방침입니다.
국제전화는 다양한 요금상품과 할인 프로그램을 통해 28%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다자간 경쟁구도와 별정통신사업자 등의 등장에 대비한 혁신적인 마케팅전략을 구사해 제2의 도약기반을 구축할 것입니다.
데이터통신사업은 하나로통신 및 한전 시설과 연계한 가입자 시설의 추가 확보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한계사업은 과감히 정리해나갈 것입니다.
-올해 예상되는 가장 성장이 유망한 분야와 취약분야를 꼽는다면.
▲전체 통신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않겠지만 데이콤으로서는 시외전화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특히 정보통신에서는 천리안, 인터넷 분야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대신 재래식 패킷서비스는 점차 시장이 축소되고 프레임릴레이, 인트라넷분야는 성장이 예상됩니다. 또한 별정통신사업자의 출현을 계기로 구내통신이 사업으로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목표달성을 위한 중점적인 마케팅 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시외부문에서는 현재의 사전선택제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개선해 시외전화 고객으로 하여금 데이콤 시외전화 선택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고 가입 용이성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시행하면서 데이콤 시외전화 상품의 열위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개발, 시장확대에 주력할 것입니다. 또한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한 시외전화 브랜드 도입 추진 및 창조적이고 모방이 불가능한 다양한 상품의 지속적 개발을 통한 고객획득 및 이탈방지 전략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국제전화의 경우는 작년 온세통신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터치터치 002 브랜드 도입 및 최초의 요금할인 상품인 002 DC클럽을 통해 시장방어에 성공한 것을 토대로 보다 안정적인 시장구도 확보에 주력할 것입니다.
데이터통신부문은 향후 멀티미디어시대에 데이콤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는 데 방향을 맞추어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며 특히 기업통신의 통합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 상품차별화를 기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PC통신부문을 별도법인화한다는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작년까지도 PC통신부문은 독립시킬 생각이었습니다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앞으로는 다른 통신서비스와의 통합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판단해 독립은 않기로 했습니다.
-올해 신규 진출 아이템과 장기전략상 추진를 준비중인 아이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올해부터 별정통신사업이 허용돼 구내통신 사업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데이콤은 현재 광시설이 설치된 건물이나 신축중인 대형 건물을 대상으로 집단전화와 같은 종합 구내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내에 구내통신을 담당할 별정통신추진팀이 구성돼 가동중이며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사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고객별로 서로 다른 통신서비스 요구에 대응, 다양한 통신상품을 조합하여 맞춤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는 종합통신 상품 패키지의 제공을 추진중입니다. 향후 성장잠재력이 큰 위성방송사업 분야에서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접위성방송(DBS)사업권 획득 및 컨소시엄 구성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7월에 DSM(DACOM Satellite Multimedia System)이라는 준비법인을 설비한 바 있습니다. 98년 중에 통합 방송법안의 통과가 예상되므로 우선 위성방송사업의 경험과 노하우의 습득 및 대규모 투자자본의 분담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권을 획득하고 99년 중에 서비스를 개시함으로써 2005년까지는 전체시장의 50% 이상을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존의 한국통신뿐만 아니라 온세통신 등 각 분야의 경쟁사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요.
▲98년은 유선통신3사의 생존을 위한 유기적인 공조체제가 특히 절실한 시기입니다. 시외전화의 경우 이동전화 확대로 인한 고객이탈 및 매출감소에 양사가 공동으로 대응해 시장을 방어하고 국제전화의 경우는 환율인상에 따른 정산적자국을 중심으로 요금인상 및 정산료 인하를 위한 협조체제를 보다 강화하며 특히 해외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에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미 통신사업의 주도권이 무선으로 옮겨가 유선계통은 수세에 몰리고 수익률 감소가 예상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정보사회에 대비하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유선을 체계적으로 확충해야 하는데 요금체계의 불합리로 유선부문은 계속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요금체계와 상호 접속료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상호 접속료 개념을 과거에는 투자에 대한 보상인 원가개념에 입각해서만 생각해 왔으나 이제는 미래의 최신 통신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원조달로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상호 접속료는 유선뿐 아니라 무선 등 수익을 올리는 모든 수익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통신사업자들이 총수익의 일정부문을 시내사업자에게 출연하는 개념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유선은 위축되고 무선만 발달해 국가적으로 인프라가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현재 유선부문의 요금이 지나치게 인하돼 있어 이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필요하며 한국통신도 이제는 시내부문을 경쟁부문에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경쟁부문과 독점부문을 분리하여 독점부문인 시내부문은 독립시켜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꼭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데이콤 사장의 입장에서 데이콤은 앞으로 시외전화에서 일정한 시장점유율만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성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20% 확보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DSM이 DBS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정리=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