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살아있다』고 외치며 흘러간 대중음악 스타들이 돌아오고 있다.
빠른 비트의 힙합과 가벼운 템포의 유로댄스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외 대중음악계에 올드스타들이 잇따라 새음반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옛 스타를 추모하는 헌정음반들도 유행처럼 번지면서 복고바람까지 일으킬 조짐이다.
영국 다이애너 황태자비를 추모한 앨튼 존의 신보 「Candle in the wind」는 미국 빌보드차트 1위를 수 주간 유지했다. 70년대 스타가 97년 말에 갑자기 인기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다이애너에 대한 추모」라는 시류에 편승한 감이 있지만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데뷔한 지 14년이나 지난 메탈리카도 「Reload」로 빌보드차트 10위권에 장기간 머무르고 있다. 밥 딜런,폴 사이먼도 새음반을 냈고,록그룹 롤링 스톤스가 50대 나이를 이겨내고 「Bridges to Babylon」이라는 신보를 냈으며,퀸도 6년만에 「Queen Rocks」라는 신보를 선보였다. 이에 뒤질세라 에어 서플라이가 자신들의 음악인생 22년을 담은 17번째 앨범 「the book of love」를 발매했고,블랙 사바스도 다 늙어버린 예전 멤버들이 다시 모여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헌정음반 작업이 활발한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헌정음반은 헌정 및 추모대상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음악인으로서의 꿈을 키웠고,지대한 음악적 영향을 입은 후배가수들이 참가하는 것이어서 가수들에게는 최고의 영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다스 프리스트, 이기 팝, 레드 재플린 등 60,70년대 록음악계를 풍미한 선배그룹들의 음악을 후배가수들이 불러 헌사하는 것이 유행이며, 20여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한 「다이애너,프린세스 오브 웨일스」와 같은 뜻밖의 추모앨범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노병들도 분연히 일어섰다. 80년대의 가요황제 조용필이 최근 16집을 발매했고,「행복의 나라로」를 불러 70년대 한국 포크음악계의 원조로 평가받던 한대수가 신보와 함께 돌아왔다. 「산할아버지」의 산울림도 자신들의 음악활동을 총정리한 8장짜리 전집 앨범을 선보여 1만여세트나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산울림의 김창환과 그의 40대 형제들은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라는 곡을 통해 음악적 감각이 현세에 뒤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헌정앨범이 본격화돼 강산에, 윤도현밴드, 한영애, 봄여름가을겨울 등이 「A Tribute To 신중현」이라는 앨범을 만들었다. 이후 이소라, 신해철, 김현철, 한동준, 유영석, 유영석, 일기예보 등은 의기투합해 유재하 추모앨범인 「1987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를 내놓았고,「아침이슬」의 김민기도 후배가수들로부터 헌정앨범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이같은 노병들의 분전이 대중음악계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10대 위주 댄스음악가수들의 아성을 어느 정도나 공략할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