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貞 泰
86년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88년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석사
88년∼현재 대우전자 전략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96년 어뮤즈먼트용 6자유도 시뮬레이터 국내 첫 개발
가상현실 또는 인공현실이라고 불리는 가상공간은 인간의 감각기관에 인위적인 자극을 가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공현실을 재현하는 기술은 컴퓨터와 더불어 발전되어 왔다. 이는 사람이 단순한 외부의 관찰자로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환경 안에서 여러가지 상호작용을 통해 참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공현실의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인공환경과의 행위전달이 자유롭고 인공상황으로부터 적절한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
종래의 컴퓨터는 마우스나 키보드, 모니터 등 2차원적인 장치들로 구성되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3차원을 인식하며 3차원의 공간에서 활동하고 보고 느끼는데 익숙한 인간에게 이러한 장치로 현실감을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컴퓨터로 표시되는 물체를 3차원으로 표현하면 인간이 현실감을 느끼는데 더 자연스럽고 또 표시장치가 다른 가시범위를 차단해 몰입감을 더욱 상승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표시장치들로는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 불리는 머리 부착형 표시장치로부터 반구형 스크린을 사용해 관찰자의 시야각을 넓혀주는 등의 장치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입력장치로는 3차원 입력장치와 힘반사형 6자유도 입력장치 등 공간상에 필요한 좌표값이나 운동량 등을 입력할 수 있고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장치들이 출시됐다. 파워글로브도 이같은 입력장치들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장치들로 구성하여 가상현실의 실제감을 높여주는 장치로는 운동재현기(Motion Simulator)가 있다. 이것은 사람의 정전기관을 자극하여 회전감, 평형감, 가속도를 느끼게 해주는 장치다. 사람은 눈으로 속도를 감지하여 관찰자인 내가 움직이고 있는 방향과 얼마만한 빠르기로 움직이는지의 속도감을 인지하게 해준다. 그리고 내가 타고 있는 것이 점점 빨리 달리고 있는지 또는 정지하는 방향으로 속도가 느려지는지, 좌측이나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등의 감은 사람의 귓속에 있는 정전기관에서 느낄 수 있다. 운동재현기는 회전감, 평형감, 가속도를 가상상황에 맞게 만들어 관찰자가 이러한 감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가상현실의 몰입감을 증대시켜 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동재현기는 초기에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의 고도로 숙련된 조종술을 요구하는 조종사의 훈련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사용됐다. 가상조종실은 비행체의 실제 모습과 동일하게 구성하고 비행체의 비행상황을 컴퓨터로 영상을 재생해 조종사가 실제의 상황과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실제의 비행체를 탑승하여 조종하기 전에 그 가상공간에서 충분히 조종술을 연습한 후에 실제 비행체를 탈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이 장치들 속에는 앞서 설명한 다양한 인터페이스 기구들이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다. 운동재현기도 조종사가 실제로 비행기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증대시키기 위해 조종사가 타고 있는 가상조종실 전체를 비행기의 동작상황과 맞게 운동을 생성해 준다.
운동재현기의 형태는 여러가지로 구성할 수 있으나 대표적인 형태는 6개의 액튜에이터(유, 공압 실린더나 모터 등)를 병렬로 연결하여 공간상에 필요한 6개의 자유도(Degree of Freedom)를 갖게 구성해 놓은 스튜어트 플랫폼(Stewart Platform)이다. 이것은 비행체의 운동을 모사하기 위해 스튜어트씨에 의해 제안된 병렬운동기구로 외팔보의 형태를 갖지 않고 여러개의 링크가 부하를 분담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플랫폼을 구동하는 액튜에이터에는 구조물과 외부부하에 의해 발생하는 모멘트가 없고 축하중만이 작동하므로 작은 구동력을 갖는 액튜에이터로도 큰 하중을 구동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공간상에 표현되는 6자유도 운동은 3개의 직선운동과 3개의 회전운동으로 구성되는데, 직교좌표계에서 그 각각의 운동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3차원 직교좌표계는 서로 수직하는 세개의 축 X, Y, Z를 갖는다. 3개의 직선운동은 이렇게 정의된 각축의 방향으로 직선운동을 하는 것을 말하며, 이 직교좌표를 이용하여 정해진 어느 한점으로부터 상대운동을 하는 물체의 중심위치를 표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X, Y, Z 세방향으로 움직인 거리를 알면 움직인 물체의 현재위치를 알 수 있다. 3개의 회전운동은 각축의 방향을 회전중심으로 하여 회전운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직선운동으로 움직인 물체가 중심을 기준으로 각 방향으로 얼마를 회전하였나를 표현해 주는 것으로 이 3개의 회전각을 알면 이동한 위치에서 물체의 자세를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운동으로 6자유도를 갖는 운동재현기는 운동공간 범위내에서 운동하는 물체의 필요한 모든 운동을 기술할 수 있다.
비행훈련을 위해 제안된 운동재현기를 어뮤즈먼트에 적용한 것이 요즘 테마파크나 놀이동산 등에 선보이는 가상현실 체험장치들이다. 이러한 운동재현기를 적용한 놀이 기구제품은 액튜에이터에 따라 또는 시스템의 구동방식에 따라 몇 가지로 구별된다.
주로 1∼2인승의 개인용 시뮬레이터에는 가격 대비 성능비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공기압을 이용한 실린더를 액튜에이터로 사용했다. 운동재현기는 대부분 6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우에 따라 운동재현 성능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위해 3축짜리(3자유도) 운동재현기도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1∼2인승 시뮬레이터는 조작자의 조작상황을 서로 상호작용하는 대화형(Interactive Type)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전자오락기라고 부르는 업소용 비디오 게임기의 주공급처인 세가, 닌텐도 등 일본 제품도 1∼2자유도를 갖는 운동재현기를 부착한 게임기다.
사실 운동재현기 또는 시뮬레이터라고 통칭하는 어뮤즈먼트용 가상체험기는 7∼25인승 전후의 다인승 탑승물을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기기의 액튜에이터는 유압실린더를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제어시스템의 안정성이 좋고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다인승 탑승물은 다시 운영형태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제품군은 캐빈(Cabin)식과 극장식으로 구분하여 운영되고 있다. 캐빈식은 사람의 탑승공간과 영상장치 및 스크린 등을 캐빈 형태의 장방형 박스 안에 함께 설치하여 이 캐빈 전체를 액튜에이터가 흔들어 주는 형태다. 이것은 주로 전면에 프로젝터에 의한 배면스크린이 설치되고 스크린 전면으로 좌석을 배치해서 가상공간으로의 여행이 가능하게 한 형태다.
현재 국내의 놀이동산에는 12∼20명 정도의 인원을 탑승시키는 시뮬레이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캐빈 타입에 적용된 운동재현기는 2개의 회전운동과 1개의 직선운동을 갖는 3자유도를 갖는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인승 시뮬레이터의 또 하나의 형태는 극장식으로 불리는 형태로 좌석의 하단에 운동재현기가 부착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극장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극장식 시뮬레이터의 형태는 구동방법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벤치모양의 긴 의자에 10명 전후의 인원이 일렬횡대로 앉게 하고 벤치의 고정다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액튜에이터를 설치해서 동작하게 하는 구조다.
이런 형태는 1백명 이상의 대규모 시뮬레이터 극장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시뮬레이터는 탑승자가 앉아있는 의자만 움직여 줌으로써 액튜에이터의 힘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되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극장식에 적용되는 또 하나의 형태는 16명 또는 12명의 탑승인원을 기본 모듈로 하고 4명씩 3줄 또는 4줄로 앉는 배열구조를 갖는 형태다. 이러한 형태는 좌석과 그 좌석이 고정된 바닥의 밑에 운동재현기를 설치하여 좌석과 바닥 전체를 운동시키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탑승자가 액튜에이터나 또는 가동부위를 볼 수 없어 몰입감을 증대시킬 수 있다. 탑승인원을 늘려야 할 경우에는 기본 모듈의 수량을 늘려 설치하면 된다. 이렇게 여러 명을 하나의 운동 객체로 하는 시스템 외에 1∼2인승 시뮬레이터를 다량으로 설치하여 극장식으로 구성한 경우도 있으나 경제성이 부족하여 시장을 넓히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도 운동재현기의 액튜에이터로는 유압 실린더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1∼6인승의 상호작용식(Interactive) 타입과 소형 시뮬레이터에는 서보모터와 감속기를 이용한 전기식 액튜에이터가 출시되고 있다. 이것은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시뮬레이터의 소음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적용이 간편해서 사용이 늘어가고 있으나, 동일한 특성이 유압실린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잘 분별하여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다양하게 적용된 시스템으로 어뮤즈먼트용 가상현실 시뮬레이터의 추구하는 목표는 가상현실로 통하여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으로 여행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군사용 또는 훈련용 시뮬레이터가 실제상황을 잘 재현하고, 관찰자로 하여금 훈련상황을 잘 느낄 수 있게 하며, 어떻게 하면 훈련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관리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어뮤즈먼트용 시뮬레이터는 머리 속으로만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나 추측으로만 가능한 세계를 실제로 여행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훈련용 시뮬레이터가 실제상황이 표현이라면 어뮤즈먼트용은 흥미위주의 가상상황이 표현이다. 그래서 어뮤즈먼트용 시뮬레이터는 운동이 과장되기도 하고 또는 축소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중력장을 벗어나기도 하고 시간을 넘나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