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전자레인지산업은 국내외 시장에서 모두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내우외환에 직면하게 됐다. 내수시장은 신규와 대체수요 모두 정체돼 지난해보다 더욱 극심한 매출부진에 허덕일 것으로 보이며 해외시장도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은 물론 중남미, 중동, 동유럽 등의 신흥시장에서도 수요가 정체돼 수출 또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자레인지시장은 85만대 규모로 전년보다 7% 감소했다. 그러나 수요의 80%를 차지하면서 시장을 주도해온 신규수요가 경기침체로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여 올해 시장규모는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예상되는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줄어든 76만∼77만대 수준.
전반적으로는 상반기에 업체마다 15% 안팎의 극심한 매출부진을 보이다가 하반기들어 혼수 특수를 중심으로 점차 수요가 되살아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전자레인지산업을 이끌어온 수출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환율급등으로 국내 가전제품의 수출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전자레인지의 수출환경만큼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보급률 포화에다 대체수요의 위축으로 수요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데다 국산 전자레인지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랐던 아시아, 중남미, 동유럽 등에서도 수요 증가세가 주춤해 고작 1, 2%의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이 일본과 유럽연합 등 경쟁국 업체와 중국 업체들이 저마다 시장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시장개척에 나설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환율로 국산 전자레인지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악화된 수출 채산성을 벌충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은 그동안 해외 현지생산을 확대하면서 시장공략을 강화해온 전략을 일부 수정해 국내에서 직수출하는 물량, 특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물량을 확대함으로써 높아진 환율변동을 활용하는 전략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쟁업체들이 갖고 있지 못한 독창적인 모델을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광고 판촉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단순 저가형 위주로 수출해온 전략을 바꿔 그릴 등 고급기능과 그래픽디스플레이 등 첨단기능을 갖춘 고가형 제품에 대한 수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 전자레인지 업계는 올해 △모델수를 대폭 축소하면서 채산성을 확보하고 △국내외 모델을 통합해 운영하고 △기능을 최소화한 염가형 모델과 그릴과 오븐과 같은 고급기능과 고급 디자인을 채용한 고가형 모델로 제품을 이원화하는 전략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외 모델의 통합과 함께 전자레인지업체들이 추진해온 해외생산 모델의 역수입은 높은 환율로 인해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전자레인지업체들은 올해 국내외 시장의 수요 위축에 대비해 시스템키친용 전자레인지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상품을 적극 개발해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활발했던 해외 현지시장의 조리문화에 대한 연구와 디자인 개발에 대해서는 올해에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해외 연구소의 확충이 예상되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