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체들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가상상황을 설정한 후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기법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전자업계는 최근 경영계획을 수립하거나 조직을 개편하면서 이 시나리오가 내린 결론을 실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앞으로 경영환경이 더욱 불확실해질 경우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응용범위 또한 넓어질 것으로 예상돼 시나리오 경영이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도산」이라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 시나리오는 환율, 시장점유율 등 다양한 변수를 설정하고 이 변수들이 어떻게 바뀔 때 도산에 이르는 가를 주제로 삼고 있다.
또 주요 변수가 달라지면서 새로 생길 변수를 예측하며 변수끼리 상호 작용하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상해놓고 있다. 특히 주요 사업부문이 채산성 악화 등으로 극심한 위기상황에 도달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 알기 위한 대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최근 장단기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내부적으로 「생존 시나리오」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나리오는 환율변동 등 외부변수에서 특정 품목의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과 같은 내수변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를 설정하고 「어떻게 해야만 LG전자가 살아남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보는 가상상황이다.
이 시나리오는 LG전자가 자구책으로 한 사업부문을 정리할 때에도 여러가지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놓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도록 하고 있다. LG전자는 이같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 조직을 개편하면서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일부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사업부를 비롯한 조직의 각 하부단위에서 올라온 실적과 향후 계획 등을 주로 활용했으며 경영환경이 달라지게 되면 목표치를 바꾸거나 수정안을 마련해 집행하는 등의 단선적인 방법을 이용해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나리오 경영기법은 이제 국내 전자업계에 도입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 경영에 활용되는 경우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앞으로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기법이 더욱 세련될 경우 활용도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