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채널 통합 가능할까]

K-TV, 아리랑TV, 교통관광TV(TTN), 스포츠TV 등 공공채널의 물리적인 통합이 과연 가능할까.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 인사가 케이블TV 공공채널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케이블TV업계를 중심으로 공공채널의 통합에 관한 논의가 수면 아래서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우선 직접 이해 당사자인 공공채널 관계자들은 『공공채널들의 성격이 워낙 판이한데다 전문성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프로그램 콘텐츠산업의 성격상 공공채널의 물리적인 통합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 공공채널은 주관부처도 상이하고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의 성격도 달라 일괄적인 통합에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이다.

이들 공공채널은 사업주체가 천차만별이다. 우선 K-TV(국립영상제작소)는 공보처가 국정홍보를 위해 직접운영하는 채널로 직원들도 당연히 공무원이다.

외국어 방송채널인 아리랑TV는 민법상의 비영리 재단법인인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운영하는 채널로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출연하는 공익자금과 방송영상 발전기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무부처는 공보처다.

교통, 관광, 건설, 레저 정보 등을 제공하는 교통관광TV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운영하는 채널로 주무부처는 건설교통부다. 스포츠TV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채널로 문체부 소속이다. 여기다 방송대학 채널인 OUN까지 합하면 공공채널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채널은 무려 5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공공채널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 대비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공채널인 「C-SPAN」이나 「코트TV」 등의 시청률이 높은 것에 비하면 국내 공공채널의 시청률은 너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공공채널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채널을 통합해 경영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게 통합 지지론자들의 입장이다.

케이블TV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들 공공채널을 하나의 사업주체로 인위적으로 합치는 것보다는 민영화할 수 있는 채널은 민영화를 유도하고 국가홍보 차원에서 채널성격이 비슷한 K-TV와 아리랑TV를 합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고 피력한다.

그러나 일부 채널을 민영화하는 방안 역시 현재 이들 채널이 심각한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리랑TV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 채널이란 점에서 K-TV와의 물리적인 통합 역시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케이블TV 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구조조정 바람이 공공채널에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