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캠코더시장은 전년보다 판매량이 10% 정도 줄어든 총 13만5천여대(밀반입 물량 제외) 규모로 한해를 마감했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 95년 이후 연평균 30% 가량 급신장세를 기록해온 이 분야 시장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본격적인 성장기 진입을 기대했던 가전업체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가전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이 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불요불급한 곳에 대한 지출을 우선적으로 줄였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종별로도 60만∼90만원대 8㎜ 중저가제품의 판매비중이 74%에 달하는 반면 1백만원대 이상의 하이밴드 8㎜제품은 25%에 불과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가전업체들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소비시장이 더욱 경색된데다 여행이나 관광 등 행락철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지난해에 이어 10∼20% 가량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와 국내업체들의 사업여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일본산 밀반입제품의 여지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밀반입된 일제 캠코더는 국내업체의 판매량과 비슷한 규모로 파악되고 있는데 일산 밀반입제품이 이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일제브랜드의 인기가 여전히 높은데다 세금과 관세가 부가되지 않아 가격경쟁력마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캠코더에 대한 수입선다변화 조치가 조기 해제될 경우 내수시장을 크게 잠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국내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 일부에서는 정식으로 들여오는 일본제품에 관세와 각종 세금이 부과되면 국산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내수점유율을 확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캠코더 수요자들이 아직까지 구매력이 큰 계층임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기술력과 생산력 측면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일본 디지털 캠코더는 국내업체들의 대응력이 크게 취약해 향후 유망시장을 고스란히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가전업체의 캠코더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캠코더 수출실적은 약 1억6천만달러(97년 11월 말 기준 관세청 집계)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35%나 뒷걸음질했다.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물량공세를 펼쳐왔던 삼성전자가 적자거래처를 대거 정리한데다 수출전담팀을 신설했던 LG전자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열악한 부품자급률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캠코더사업에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일 경쟁력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올 한해는 전반적으로 국내 캠코더산업계가 내우외환 속에서 재생의 가능성을 타진받는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