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요금이 비싸다 싸다 하는 논쟁은 전화요금 조정 때마다 늘 제기돼 온 문제다. 시내전화 요금은 싸고 시외, 국제 요금은 비싸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며 그동안 전화요금 조정이 이루어질 때마다 「시내는 인상, 시외, 국제는 인하」하는 게 불변의 법칙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의 환율폭등으로 국제전화 사업자들의 환차손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국제전화 요금은 결코 비싸지 않아졌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국제전화 요금은 매우 낮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통신, 데이콤, 온세통신 등 국제전화 3사는 이에 따라 업계 공조를 통한 요금인상에 적극 나설 방침이어서 이 문제는 새해 유선통신업계의 첫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제전화 요금문제가 제기된 것은 96년부터 우리나라의 국제전화 정산수지가 적자로 반전된 데다 지난 연말의 환율폭등 때문이다. 국제전화 정산금은 국제전화 발신콜과 착신콜을 비교해 발신콜이 많은 나라가 적은 나라에게 미리 정한 금액비율대로 지불해야 하는 돈을 말하며 우리나라는 96년부터 발신콜이 착신콜 보다 많아져 정산지불금이 정산수입금 보다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폭등해 국제전화 사업자들은 고객이 전화를 이용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통신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산적자국인 중국의 경우 지난 11월 현재(1달러=9백79원) 1분 평균 통화요금이 6백53원인데 비해 우리나라가 중국에 지불해야 할 정산금은 1분당 8백41원에 이른다. 현재 달러당 원화 환율이 1천7백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정산금이 1분당 1천4~5백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결국 1분 통화할 때마다 한국통신은 7~8백원씩의 적자를 낸다는 것이다.
이같은 형편이어서 주요 정산적자국과의 통화요금은 조만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전화 요금의 부분적 인상은 이처럼 3사가 공감하는 상황이지만 시내, 시외전화 요금의 인상 또는 인하문제는 3사간 논란이 치열한 부분이다. 특히 한국통신이 시외전화 요금인하 가능성을 연초부터 거론하고 있어 데이콤과의 한바탕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시외전화 사전선택제를 시행하면서 양사가 요금격차 문제로 맞붙었었기 때문에 한국통신이 시외요금 인하를 강행할 경우 데이콤의 반발도 격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조정의 또 하나의 변수는 올해부터 등장하게 된 별정통신사업자들의 영향이다. 시외, 국제 회선재판매업이나 인터넷폰, 콜백 등 새롭게 등장할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얼마나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의 여부가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요금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