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로 절약이 강조되는 요즘 광고 제작에도 알뜰바람이 불고 있다. 저예산 저비용으로 광고 제작비용은 최소로 줄이는 반면 기발한 아이디어로 광고품질은 높이는 이른바 「경제광고」 바람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경제광고는 이 달 들어 방영되기 시작한 알카바건전지 광고.
만화로 그려진 한 남자 캐릭터가 도시락을 싸매고 뛰어가는 장면으로 광고는 시작된다.
노란색 배경에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려줍시다」라는 자막을 시작으로 화면에는 「건전지 한 번 쓰고 버리는 사람」 「건전지가 달러라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 「겉멋만 들어 외제 건전지만 쓰는 사람」 「알카바 쓰면서 충전 안 하는 사람」 등의 자막이 잇따라 떠오른다.
국내 건전지 시장에 외제 건전지가 대부분이고 국산이라도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충전 가능한 국산건전지를 사서 써야 IMF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광고의 주요 내용이다.
기존 광고와 비교해 이 광고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정상급의 톱모델은 물론 현란한 컴퓨터그래픽 등 고가의 제작비를 요하는 제요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촬영작업 없이 캐릭터 제작과 편집, 녹음작업이 알카바건전지 광고제작에 필요한 모든 과정이었다.
광고제작에 소요된 비용은 약 1천만원.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3천~4천만원하던 광고제작비용을 대폭 줄인 것이다.
알카바광고처럼 캐릭터와 자막만으로 광고를 제작하는 것 이외에 옛날에 방영됐던 광고필름을 부분적으로 사용, 제작비를 줄이는 「재활용 광고」도 요즘 인기를 얻고 있다.
IMF 이전에 제작됐던 광고 중 일부 컴퓨터그래픽 장면을 발췌한 후 새롭게 촬영한 새 모델 장면을 서로 합성해 또 다른 광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달 들어 방영되기 시작한 목캔디 광고는 지난 89년 필름 중 모과 추출내용이 재사용된 대표적인 재활용광고.
목캔디 광고의 제작비용은 기존의 절반 수준인 2천만원 정도였다.
이밖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톱스타들의 모델료 인하도 IMF로 인한 경제광고 제작의 한 예로 꼽힌다.
광고주들 대부분이 고가의 출연료가 수반되는 모델광고보다 제품 위주의 광고를 선호함에 따라 모델들 스스로가 모델료 인하를 제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톱모델들인 경우 모델료의 30~40%까지 인하할 것을 제의하는 등 모델료의 거품제거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알카바건전지 광고를 제작한 대홍기획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광고주들 대부분이 고가광고는 아예 제작을 기피하고 있어 저가의 경제광고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