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3사, 재정 「초긴축」.. IMF 대응 씀씀이 최소화

매출확대를 위해 각종 비용을 다른 어느 부서보다 넉넉하게 지출하던 가전3사 국내 영업부문이 올들어 전례없는 내핍생활에 들어갔다. 영업조직은 돈을 벌어들이는 수익부서라는 점 때문에 웬만한 불황에도 경비사용을 크게 줄이지 않았다. 그러나 IMF시대를 맞아 가전3사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긴축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지출해오던 경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예사고 아주 없애버리는 지출항목도 적지않다.

지금까지 자금면에서 어느 경쟁업체보다 우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세세한 경비까지 줄이는 「초긴축재정」을 마련, 요즘 IMF한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1, Mbps분기 동안 자금경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현금지출을 최대로 억제해나가기로 했다. 이의 일환으로 당초 1, Mbps분기 1천50억원 정도로 책정했던 각종 정책성 비용을 1백억원 이상 줄였으며, 일반경비도 25억원 정도를 감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3월까지 대리점 개설 등 신규투자를 중단하는 한편 현재 진행중인 투자부문도 모두 유보하고 16일부터 시작하는 대리점 방침설명회의 비용도 예년의 참가인원 1인당 평균 1만5천원에서 1만원으로 5천원 정도 줄였다.

여기에다 영업직원의 출장비나 회의비는 물론 통신비용도 줄이기로 했다. 본부 직원은 지방 출장시 현지 지사장이나 간부직원 사택을 이용하도록 하고 지방직원의 본부 출장은 인원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또 시내에서 근거리를 이동할 때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임원 교제비 및 회의운영비 50% 삭감, 전산용품 및 필기용품 교체, 구입 중단, 이면지 사용 등 갖가지 비용절감 대책을 시행해나가기로 했다.

LG전자도 삼성과 비슷한 내용의 수정긴축예산 운영안을 마련하고 있다. LG전자는 경영환경개선이 불투명한 1, Mbps분기 동안 각종 대리점 지원금 등 정책성 비용을 20% 수준인 1백50억원 정도 삭감하고 일반 경비도 50억원 줄여 집행하기로 했다. 비용 축소면에서 보면 삼성전자보다 더욱 심하다.

LG전자 역시 신규투자를 전면 중단한다. 15일로 끝낸 지사별 대리점 정책발표회도 해당지역의 LG공장 강당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참가인원 1인당 평균 비용을 1만원 정도로 예년보다 크게 절감했다. 대리점에 대한 시상금도 지난해 5억원에서 올해 2억6천만원으로 절반가까이 줄였다.

출장자의 숙박을 호텔에서 장급 여관으로 등급을 낮췄으며 회의비는 실비 운영을 원칙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이미 1백대에 달했던 영업당당내 현업 부서 지원차량을 대부분 팔고 10대 정도만 운영하고 본부 지원 차량도 8대에서 4대로 줄였다.

한편 대우전자 국내영업 부문을 흡수한 한국신용유통은 15일부터 부서별 사업계획을 보고하는데 각종 경비 등 예산축소 비율과 내용을 삼성전자 및 LG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업체들의 이같은 긴축 예산편성으로 대리점 관리도 그만큼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선 대리점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