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의 대목」을 기다려온 신작영화들이 설연휴를 맞아 흥행대결을 벌인다.
지난해 설 극장가를 「에비타」 「제리맥과이어」 「나이스가이」 등 외화가 휩쓸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방화가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접속」으로 시작된 우리영화의 강세가 눈물바람을 일으킨 멜로물 「편지」를 거쳐 폭소코미디 「죽이는 이야기」와 「인연」까지 이어지고 있는데다 IMF시대를 맞아 수입영화의 로열티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까지 일고 있기 때문.
설연휴를 겨냥한 우리영화 기대작은 「8월의 크리스마스」와 「이방인」 두 편. PC통신 영화동호회들이 「이번 설에 가장 보고 싶은 영화」로 꼽는 허진석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을 앞둔 사진작가와 갓 스물이 넘은 주차단속원의 사랑을 그렸다. 멜러영화 캐스팅 영순위에 현역여배우들이 가장 선호하는 남자배우로 충무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석규의 흥행신화가 이번에도 계속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작품이다.
「이방인」은 폴란드 국립영화학교 우쯔 출신으로 크르쥐도프 키에슬 롭스키 감독 밑에서 영화 수업을 쌓은 문승욱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십계 시리즈」 「퍼블릭 우먼」으로 알려진 들고찍기 기법의 1인자 안제이 야로쉐비츠가 촬영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바르샤바에서 살아가는 어느 태권도 사범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폴란드여자 욜라, 사람들 속에서도 외로운 청년 미하우와 나누는 아름답고 따듯한 사랑이야기. 인간애라는 보편적인주제 아래 우리시대 아버지들의 초상을 그린듯한 주인공 안성기의 인물묘사로 중년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있으킬 만한 작품이다.
외화 중에서는 단연 「007 네버다이」가 독주할 것으로 보인다. 62년작 「살인번호(Dr No)」 이래 36년동안 액션영화의 간판시리즈물로 인기를 누려온 007영화 최신판. 홍콩영화 예스마담 시리즈의 양자경이 피어스 브로스넌의 상대역인 본드걸로 출연해 쿵푸 솜씨를 보여준다. 세계 통신망과 신문방송으로 3차대전을 일으키려는 미디어황제의 음모에 맞선 제임스본드의 활약이 전투기 추격전에 자동차 액션, 오토바이 탈출, 고속 낙하, 수중촬영 등 갖가지 액션으로 이어지는 1백% 엔터테인먼트용 영화.
또 한편의 외화 기대작 「미스터 빈」은 안방관객들을 요절복통하게 만들던 미스터 빈의 스크린 판. 바보스러운 주인공 빈 역의 로완 아킨슨은 알고보면 명문 옥스포드대학의 전기공학부 출신에다 토니 블레어 총리와 어릴적부터 친구로 영국 최고의 인기 코미디언이다. 영화로 옮겨진 「빈」에서 로완 아킨슨은 관람객이 미술품을 만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고용된 영국왕립박물관 직원으로 나와 특유의 코믹연기를 보여준다.
그 밖에 뜀박질과 벽 올라타기 등 특수훈련을 받은 60마리의 생쥐가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으로 명연기를 펼치는 폭소영화 「마우스 헌트」, 중국 전통의 신기한 가면술을 전수할 남자아이를 찾던 노인이 버려진 여자아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변검」,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내고 시골집으로 내려가는 어린이가 대자연 속에서 인생을 배우는 「마르셀의 추억」, 95년 국내 개봉에서 크게 성공했던 「레옹」의 감독편집본(Director s Cut)인 「레옹:완전판」 등도 주목받는 작품이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