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분야의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짐에 따라 R&D의 전후방 업무라 할 수 있는 기술경영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인적, 물적 자원과 자금 등이 경영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기술이 이들 3요소에 못지않은, 아니 더욱 중요한 경영자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M&A에서 지적재산권을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요. 이처럼 중요한 기술자원을 기획하고 관리는 기술경영은 이제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고 있습니다』 국내 기술경영의 기수라할 수 있는 전임 LG전자 기술기획팀장 서평원 부사장의 지론이다.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 전자 대기업들은 어김없이 기술기획팀이라는 조직과 특허전담반 등 기술자원을 관리하는 조직을 전사차원, 또는 사업부별로 갖추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이 기술경영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초 인텔의 특허제소로 국내 PC산업이 한순간에 쑥대밭이 되고 나서부터다.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거나 상품화가 지연될 경우 상당한 피해를 입게됩니다. R&D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위해서는 한시라도 세계적인 기술개발 동향이나 상품화 추세에 눈을 뗄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업무를 연구개발 담당자들에게 맡길 경우 연구개발 자체에 지장을 줍니다. 기술기획팀은 연구개발진들이 연구개발에만 전담케 하되 연구개발에 수반되는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연구개발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LG전자 기술기획팀 임준과장의 말이다.
일본을 비롯한 기술선진국에서는 부품업체가 세트산업을 리드해나가고 있다. 부품업체들이 보다 기능이 향상된 신기술 제품이나 신상품에 적합한 부품을 개발, 세트의 발전을 유도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고기능화, 박화, 경량화 경쟁이 치열한 전자산업에서 부품업체들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부품업체는 낙오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국내 부품업계가 R&D 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술을 경영할줄 알아야만 살아남을수 있습니다』 기술을 아웃소싱하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일산일렉콤 홍성용 사장은 기술력이 취약한 부품업체가 굳이 독자개발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신기술이 널려있기 때문에 아웃소싱만 잘하면 독자개발 이상의 효과도 올릴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각종 기술에 관한 정보력과 관리능력에 달렸다.
PCB업계의 한 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부품업체들의 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R&D가 아니라 양산기술 도입을 위한 프런트엔드 엔지니어링과 수율향상을 위한 프로세싱 엔지니어링이 전부』라고 지적한다. 연구소들이 순수 R&D에 매달리지 못하는 것은 기술력 취약이 근본 원인이지만 기술마케팅 능력이 없는 것도 무시될수 없는 요인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물론 기술을 경영할수 있는 전담인력이나 능력을 갖춘 인력도 전무하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부품업체들이 독자적인 기술경영 능력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라면 이해를 같이하는 업체들끼리 공동의 단체나 협회를 설립해 운영하거나 정부기관에서 이 기능을 수행해주는 방안도 바람직하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