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물사용료, 「공탁제」 논란 재연

저작물사용료 「공탁」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질 조짐이다.

공탁(供託)은 현행 저작권법 제47조에 근거, 저작재산권자가 불명(不明)인 저작물의 이용과 관련한 법정허락제도. 누구든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공표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소를 알 수 없어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대통령령에 따라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얻고, 일정 보상금을 공탁한 후 해당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우선 「상당한 노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모호한데다 「노력」에 필요한 시간 및 경비가 과중해 관리자(문체부)가 달가워하지 않고, 결국에는 신청자(이용자)마저 포기하는 제도로 인식돼 왔다. 실제 현행 저작권법이 발효된 이래 단 한건의 공탁도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와 관련해 사문화된 공탁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건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영상사업단 음악사업부가 발매를 준비중인 음반 「모천(母川)의 노래」가 좋은 사례로 공탁제도의 시의성 논란을 재현할 전망이다.

삼성측이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문화된 공탁제도를 수정, 보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모천의 노래」는 당초 2월에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수록할 곡의 작사, 작곡가들 거소가 불분명하고 저작재산권 소재파악이 힘겨운 상황이다. 이 음반은 「산들바람」 「어머니 마음」 「동심초」 「보리밭」 「비목」 「그리운 금강산」 「그리워」 「반달」 「노을」 「고향의 봄」 「나뭇잎배」 등 주옥같은 가곡 22곡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양주동, 김안서, 김형준, 김동명, 김민부, 채동선, 안호철 등의 작사, 작곡가에 대한 거소 및 재산권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2월 출시가 어려워졌다. 이 작사, 작곡가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의 비회원들로 소재파악조차 힘들다.

이에 따라 삼성측은 해당인들과의 개별접촉을 시도하는 한편 공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개별접촉 시도, 신문공고, 음악전문잡지에 광고하는 등의 「상당한 노력」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음반기획자인 삼성클래식팀이 개별접촉을, 음악저작권 관리대행팀인 삼성뮤직퍼블리싱팀이 공탁과 관련한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체부 저작권과 김태훈 사무관은 『삼성측의 공탁신청이 있을 경우 저작권 심의조정 위원회에 심의결정을 위탁하고, 그 결과에 따라 KOCMA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기준에 준하는 수탁금액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저작권자의 소재파악이 어려운 점을 쉽게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공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당한 노력」의 정도를 심사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영상사업단이 개별접촉과 공탁을 거의 동시에 추진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적극적인 소재파악 노력을 한 후, 한두 명의 불명자에 대한 공탁을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것이다.

결국 「상당한 노력」이 공탁성립의 관건으로 등장할 텐데, 그 기준은 누구의 시각에 따라 정해져야 공정할 것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문체부가 업체의 「상당한 노력」을 인정해 음반발매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저작재산권자가 나타나 『내 곡이 사용된 것을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무단사용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경우에는 저작권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등 「공탁」은 아직 많은 변수를 안고 있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