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캐너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용자층이 급격하게 늘고 일반 사무분야에까지 사용범위가 늘어나면서 급성장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전세계 스캐너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해 오는 2000년이면 연간 5천5백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4만8천여대의 판매가 이루어져 전년대비 51.5%의 성장을 거뒀다. 아직 프린터와 같은 출력장비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스캐너의 인식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보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스캐너시장의 확산은 IBM PC의 보급과 인터넷환경의 일반화, 업무분야에서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로지텍과 유맥스 등의 제품이 수입되면서부터 시작된 스캐너 열풍은 개미군단, IBM PC의 보급확대에 힘입고 특히 93년 말부터 94년 말까지 잇따라 발표된 멀티미디어, 인터넷의 확산에 맞물려 보급확대를 꾀할 수 있었다. 브라우저 기술의 개발과 윈도환경의 일반화는 인터넷의 대중화로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캐너의 보급에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스캐너의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에 걸맞게 제품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광학해상도의 성능도 꾸준히 개선돼 현재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급형의 경우 물리적으로 3백ppi(Pixel Per Inch)의 해상도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경우 4천ppi 이상의 고품질을 입력할 수 있는 제품까지 개발돼 있는 추세다.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제품들은 광학해상도가 1천ppi급이라는 고해상도로 원고를 입력받을 수도 있다.
이같은 스캐너의 성능 및 보급확대는 실생활에도 많은 이점을 주고 있다.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와 이오, 유로파, 칼리스토를 탐사중인 우주선 갈릴레오호나 화성의 지표를 탐사한 패스파인더호에서 전송돼오는 생생한 사진들도 스캐너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영상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또 지구 반대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찬호나 이승희 등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전해주고 전세계 뉴스 및 방대한 기술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인터넷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확산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스캐너는 1950년대초 미국 국립표준연구소(ANSI)의 연구원이었던 러셀 커시와 몇몇 동료들이 전자적인 회로를 이용해 사진표면의 강도변화를 표현해내는 드럼스캐너를 만들어낸 것이 최초로 기록되고 있다. 현재 인쇄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드럼스캐너와는 품질과 기술적인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지만 빛의 반사와 색분해를 전기적으로 처리해 문서를 복사해내는 개념에 있어서는 스캐너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발명이었다.
스캐너는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한 다음 이 신호들을 디지털화하는 방식으로 원고를 복사한다. 빛의 삼원색인 RGB(Red Green Blue)필터와 조명센서를 이용해 원본문서에서 반사되거나 투명하게 통과하는 빛을 분리해서 디지털 데이터화하는 원리다.
또 스캐너 내부에는 인간의 눈에 해당하는 렌즈와 각종 센서들이 연결돼 있으며 대부분의 스캐너들은 내부에 장치된 2천5백50개에서 5천1백개의 작은 CCD(Charge Coupled Devices)들이 수평과 수직으로 나열된 라이트소스 센서바의 움직임을 인식해 한번에 한라인씩 이미지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한다. 스캐너의 이같은 기본적 원리는 동일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제조사와 제품은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형태 별로 볼 때 스캐너는 현재 플랫베드형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복사기와 같은 모양을 갖고 있는 플랫베드형 스캐너는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저렴한 비용을 바탕으로 지난 94년 멀티미디어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핸드헬드 스캐너는 플랫베드형 스캐너의 대량생산과 이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더 이상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핸드헬드 스캐너와 더불어 A4문서를 대상으로 하는 시트피드(Sheetfeed) 스캐너가 OCR소프트웨어의 등장과 함께 발표됐으나 이 방식도 현재는 플랫베드형의 스캐너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좀 더 높은 해상도와 품질을 요하는 인쇄, 광고, 예술분야에서는 드럼스캐너가 사용된다. 드럼스캐너는 진공처리된 유리관에 「포토멀티플라이어(Photomultiplier)」 조명센서를 통해 보다 원본과 가까운 디지털 데이터를 생성해낸다. 스캐닝 품질면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지만 높은 가격때문에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스캐너 제조사들은 스캐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하에 스캐너 활용분야의 발굴과 더불어 간편한 사용환경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스캐너가 자동으로 원고를 스캐닝해주는 제품이 현재 출시돼 초보자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제조사별로 스캐너 연결법이나 사용법을 학습할 수 있는 CD타이틀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또 스캐너의 가격하락 추세도 최근 두드러진 동향으로 등장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매킨토시의 전자출판용으로 개발됐던 스캐너들의 경우 수백만원대에 보급됐지만 현재는 동급성능의 제품을 10분의 1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스캐너의 대표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보급형 플랫베드 스캐너의 경우 엔진해상도 3백ppi급은 대당 10만원대에서 30만원대의 가격이면 충분한 성능을 내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스캐너나 프린터와 같은 컬러 입출력장치에서 가장 문제시됐던 표준색상의 지원문제도 스캐너 제조사들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입어 어느 정도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스캐너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색상보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모니터와 프린터, 스캐너의 색상차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국내 스캐너시장은 현재 한국HP와 한국엡손이 엔드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기업이나 전문사용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6백ppi급 이상에서는 대만 브랜드인 유맥스와 한국HP, 한국엡손 등이 치열한 시장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쇄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아그파가 올 한해 13종의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스캐너를 둘러싼 시장선점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시장은 스캐너 공급사들이 보급형 스캐너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아울러 A3급의 고성능 제품 마케팅을 병행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어 보급형뿐만 아니라 고급 스캐너시장도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캐너는 기존 사진을 단순히 디지털 영상으로 만들어 보관하는 데 주로 사용돼 왔지만 앞으로의 추세는 홈 포토시스템과 같이 가정에서 디지털카메라, 컬러프린터 등과 맞물려 사용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스캐너를 통해 받은 이미지를 활용할 경우 원래의 이미지에 얼마든지 변형을 가할 수 있는 데다 컬러프린터의 성능이 향상돼 가정에서 원하는 사진을 입출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핸드헬드PC(HPC)나 노트북컴퓨터와 같이 컴퓨팅환경에서 휴대개념이 커짐에 따라 이들 휴대형 컴퓨터와 연결해 사용하는 모빌개념을 수용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