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협회는 작년 12월 국내 케이블TV 시청가구가 유료가구 82만을 포함,2백50만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역시 지난해말 2백50만 돌파를 기념해 조촐하나마 기념행사를 가졌다. 케이블TV가 국내에 공식 출범한지 3년만에 시청가구가 2백50만을 돌파했다는 것은 분명 획기적인 일이다.
그러나 「시청가구 2백50만 돌파」라는 일대 사건(?)을 바라보는 케이블TV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기만 하다. 국내 케이블TV산업의 실상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결코 낙관할 수 없는게 국내 케이블TV산업의 현주소인 것이다.
특히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들은 IMF한파에 따른 가입자 감소, 중계유선사업자와의 경쟁, 전송망사업자(NO)의 신규 투자 기피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들 SO는 올해 특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한 케이블TV산업 전체가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싸여 있다. 사실 SO들은 그동안 케이블TV사업자 가운데선 가장 경영 여건이 나은 편이었다. 막대한 누적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NO나 PP에 비해 경영 여건이 훨씬 좋았다. 그러나 올들어선 SO들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우선 최근들어 가입자들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증후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IMF의 영향으로 케이블TV 가입자의 증가 추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들어선 신규가입자가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기존 시청자들이 가입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게 지역 SO 일선 영업 담당자들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역 SO들은 가입자들에게 설치비를 인하해주거나 채널 묶음제도(채널 티어링) 또는 보급형 채널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들이 시행된다고 해서 가입자들이 크게 증가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이들 제도의 도입과 관련해 PP들의 동의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TV 전송망의 확보 문제 역시 심각한 난관해 봉착한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있다. 1차 SO 개국 당시만해도 전송망 사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이 이제는 채산성을 이유로 신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2차 SO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 2차 SO들은 작년말부터 올상반기 사이에 개국하겠다는 일정을 세워놓았으나 NO의 전송망 신규 투자 기피로 개국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부천, 안양, 울산, 성남, 일산등 지역의 2차 SO들만이 그나마 전송망을 일부 확보했거나 앞으로 확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고 나머지 지역의 SO들은 NO측의 처분만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TV 업계 전문가들은 2차 SO의 사업 구역이 1차 SO보다 훨씬 높고 수도권을 제외한 대도시와 농촌 지역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2차 SO가 개국할 경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케이블TV 가입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PP들의 경영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2차 SO들의 개국 지연으로 이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SO와 중계유선 사업자와의 관계정립도 SO입장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중 하나다. SO들은 지역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계유선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 그동안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다.
게다가 새정권하에서는 SO와 중계유선사업자가 하나의 제도적인 테두리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중계유선사업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SO들의 입지도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올 한해동안 SO들은 케이블TV시대가 본격 개막된 이후 최대의 시련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내 케이블TV산업의 미래도 상당부분 변화될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