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부터 조직 정비와 사업구조 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등 사전준비가 철저해 IMF(국제통화기금)한파 등 남들이 말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 책임자는 기술개발이나 제품 경쟁력 제고, 영업 효율 극대화를 위한 각종 대안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길게는 10년, 짧게는 1~2년 앞을 내다볼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랜디스기어코리아 석진철 사장(51세)은 요즘 동종업체들이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속에서도 공장과 연구소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관련업체 인수(M&A)와 신규 아이템 도입에 여념이 없다.
특히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등 수출시장 확대의 최대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중국을 비롯 미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0년 10월 세계적인 산업전자업체인 스위스 랜디스기어와 합작, 랜디스기어코리아를 설립한 석사장은 단순 수입상들과는 달리 사재를 털어 R&D센터를 설립하는 등 단순판매보다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회사를 잘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랜디스기어코리아라는 회사명칭만 보고 외국회사 또는 외국제품 수입상으로 인식하나 수입 판매비중은 25%에 불과합니다.』
석사장은 75%를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거나 내수시장에 적합하게 가공하여 공급하며 일부 제품의 경우 랜디스기어를 통해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를 반증하듯 현재 동사에서 공급하는 제품은 빌딩자동화시스템 관련 제품은 물론 조명제어시스템, 염가형 디지탈 분산제어장치(DDC), 반도체 휀 필터조절기(FFUC), 모듈 디지털 유닛(MDU), 인디케이터, 게이트웨이, 시스템 패키지 프로그램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산업용보일러와 가스버너 안전장치인 세이프티 컨트롤 제품은 국내 시장의 85%를 장악할 정도로 제품력이 우수하며, 밸브 등 단품들도 시장점유율 1~3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랜디스기어코리아는 수도권 지하철 7~8호선 54개 역사의 공조시스템을 공급한데 이어 부산광역시 지하철 공조시설, 안양, 목동지역 아파트단지 지역난방시스템 등 지역난방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으며 최근 부산시 신청사 대규모 인텔리전트빌딩시스템(IBS)을 공급하는 등 산전종합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94년부터 랜디스기어의 세계 55개국 관계사중에서 가장 우수한 업체로 지정되어온 랜디스기어코리아는 매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비로 투입하는 등 성장속도가 남다르다.
이같은 노력으로 국내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관계사들로부터는 높은 신뢰를 얻어 사업 초기년도나 다름없는 지난 91년도에는 3억6천만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다음해 10배가 넘는 34억원, 이후 매년 1백%씩 늘어 96년도에 2백6억원, 지난해 2백50억원 등 매년 기록적인 매출신장을 이룩했다.
98년도의 캐츠플래이즈를 「수출의 해」로 정한 랜디스기어코리아는 수출목표를 지난해의 2배인 50억원으로 책정하고 전체매출은 신규사업 확대를 통해 2백88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8년의 역사밖에 안되는 랜디스기어코리아가 이처럼 급성장한 것은 석사장의 수십년간 쌓아온 경험과 경영철학, 선견지명과 무관하지 않다.
석사장은 LG그룹 창업자인 구인회 장학금을 받고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LG산전(구 금성사)에 입사, LG와 삼성그룹의 산전부문 임원을 역임하는 등 영업과 제품개발부문을 두루 섭렵했다.
한편 석사장은 IMF한파가 닥치기 전에 조직을 단순화함은 물론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양과 질을 동시에 겸비할 수 있는 「1인 생산성 3배 운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비생산적인 요소를 적극 배제하는 등 대기업 보다 한발앞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