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3사 97년 경영 실적 「명암」]

지난 한해 삼성, LG, 대우그룹 산하 종합부품업체들의 경영은 대조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삼성전기는 순조로운 항해를 거듭, 세계 10대 부품업체로 성장한 반면에 LG전자부품과 대우전자부품은 정체를 면치 못하면서 삼성전기와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AV부품에서 컴퓨터 및 통신(C&C)부품으로 구조조정에 성공, 지난해 1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 96년(1조4천8백94억원)보다 무려 20.8%가량 신장한 것이다. 자동차부품에 대한 투자와 연말에 발생한 환차손때문에 이익의 상당부분을 잠식당했음에도 불구, 이익이 96년(3백53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5백억∼6백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아킬레스건인 관계사의 비중이 작아지면서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직수출 비중이 48%선에 달하면서 관계사의 비중(41%선)을 앞질러 부품전문업체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기의 경영성적은 삼성그룹내의 평가에서도 그대로 인정받았다. 그룹이 계열사를 평가한 성적표에서 전기는 A학점을 받았다.

삼성전기가 잘 나가는 동안 상대적으로 LG전자부품과 대우전자부품의 경영성적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LG와 대우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세워놓은 경영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

LG전자부품은 지난해 2천4백20억원의 매출을 올려 96년 실적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 회사는 연말에 터진 외환위기로 인한 가파른 원화절하로 상당한 환차손을 입어 고전할 수밖에 없어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다. 이 회사는 관계사인 LG전자의 CD롬 매출호조에 힘입어 소형모터류의 매출이 급신장한 반면 전체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VCR부품류와 튜너류의 매출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 회사도 이같은 부진한 경영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한해 MLCC와 칩저항 생산라인을 삼성전기에 매각하는 등 사업구조를 통신부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IC소켓 사업에 신규 참여하고 듀플렉서와 SAW필터류 등 정보통신부품을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LG전자부품과 마찬가지로 대우전자부품도 지난 한해 2천3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회사도 과도한 AV부품에 의존한 데다 환차손에 시달리면서 소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모든 생산부품에서 경영계획을 미달했는데 특히 FBT와 HIC 등은 96년의 실적에도 못미쳤다. 이 회사는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 노트북용 전원장치와 무선호출기 사업에 신규 진출한 데 이어 테크라노프사의 정읍공장 설비를 인수해 2차전지 사업에도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 LG전자부품과 대우전자부품이 별다른 경영성적을 거두지 못함에 따라 삼성전기와 외형적인 면에서 8배가량 격차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LG전자부품과 대우전자부품이 그룹차원의 경영지원이 없으면 삼성전기와 격차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