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현재 국내 부품업계의 지상과제는 원가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탈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작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자동화나 양산공정의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제품의 불량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부품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불량률의 정도가 곧바로 국제경쟁력과 맞아떨어지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견 PCB업체인 D사의 한 생산관리담당부장은 『거의 똑같은 설비와 비슷한 수준의 기능인력들이 라인을 돌리지만 실제 양품률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불량의 정도가 생산성은 물론 수익성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실제로 불량률은 종종 기업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 CMK와 함께 가전용 단면PCB 부문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자리매김한 대덕산업은 탁월한 품질관리와 끊임없는 생산공정 개선으로 내부 양품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평균 99%를 넘어서며 매출 대비 10%에 가까운 고수익을 수년째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IMF시대를 맞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환율인상 등 외부요인에 따른 가격경쟁력보다 자체 불량률을 최소화함으로써 손실을 줄이고 생산성을 대폭 제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재 국내 대다수 부품업체들의 제품 불량률은 일본은 물론이고 최대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게 사실이다. 물론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불량률을 1만개중 1개(불량률 0.01%)로 줄이자는 1백ppm인증이 활발히 전개돼 대형 부품업체를 시작으로 중소업체 전반에 1백ppm인증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출하불량률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내부불량률은 1백ppm과 큰 괴리가 있다.
저항기업체인 A사의 K부장은 『출하된 제품의 불량률이 1백ppm대를 넘는다는 것은 요즘처럼 고 신뢰성이 요구되는 시대에서 별 의미가 없다』고 전제, 『다만 생산과정에서부터 불량률을 1백ppm 수준으로 낮추고 출하후 불량률은 오히려 10ppm, 나아가 1백만개 중 하나인 1ppm을 목표로 관리해야 할 형편』이라고 강조한다.
「부품왕국」 일본의 내로라하는 부품업체들의 경우를 봐도 품질관리에 관한한 「잔인할」 정도로 타이트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칩부품을 일본에 대량 수출하고 있는 C사의 O사장은 『무라타, TDK, 교세라 등 일본업체들의 품질관리는 이미 내부 불량률이 한자릿수ppm대로 떨어질 수준』이라며 『지난해 출하된 60억개 이상의 칩부품 가운데 불량률이 제로ppm을 달성했지만 내부적인 불량률은 아직 일본업체들과 적지않게 차이가 난다』고 자평했다.
일본 수준으로 불량률을 낮춰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최고 경영자에서 말단 생산직 사원에 이르기까지 전 종업원의 마인드전환이 필수적이다. 주요 공정만도 많게는 20∼30개에 달해 그 가운데에서 각각 0.1%씩만 불량이 생겨도 전체 불량률은 단숨에 2∼3%를 초과하기 때문에 전사적인 품질혁신 마인드 없이는 불량률 줄이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자동화만도 결코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첨단 설비로 무장해도 장비를 실제로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 부품업체들도 국제경쟁력의 근원이 가격이란 데서 탈피, 가격경쟁의 힘이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이고 생산성 향상의 첩경이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명제를 되새겨야 할 때』라며 『공정개선, 최신장비 도입, 무인화와 같은 생산성 배가운동 못지않게 불량률 제로ppm에 도전키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