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디지털 TV 어디서 생산하나]

올 4분기부터 세계 최초로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개시되는 시작되는 미국을 겨냥해 디지털TV시장의 선점을 노리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이달초 미국에서 열린 98동계 가전쇼에 삼성전자와 LG전자(제니스 브랜드로 출품)가 출품한 디지털TV는 양산초기 모델 단계로 성능 보완작업만 거치면 곧바로 생산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생산라인을 확정하고 생산체제를 갖추는 문제가 양사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TV 생산기지 선택과 관련,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고민스럽게 만드는 것은 양사 모두 멕시코 현지공장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와의 장단점을 분석해 비교우위가 높은 곳을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과 처음으로 선보이는 디지털TV의 신뢰성과 양산기술을 확보하는 문제로 집약된다.

특히 디지털TV의 신뢰성과 양산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이미 일본업체들이 아날로그방식의 디지털TV(하이비전TV)를 생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세계 디지털TV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에는 최대의 현안일 수밖에 없다.

우선 오는 2000년 안으로 디지털TV의 실수요가 발생하고 앞으로도 가장 수요가 많을 곳이 미국시장인 점을 감안할 때 양사는 수요처와 가장 가까운 멕시코공장이 최적지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의 티후아나에, LG전자는 멕시칼리에 각각 연산 1백만대 이상의 컬러TV공장을 두고 있으며 상당수의 부품업체도 동반진출한 상태여서 양사의 멕시코공장은 장기적으로 미국 디지털TV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훌륭한 전진기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공장이 20인치 이하 중소형 모델생산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디지털TV와 같은 초대형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개발 및 생산인력을 국내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또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으로 인해 미국시장에서도 향후 2∼3년간은 디지털TV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은 멕시코공장에 전폭적인 신규투자를 단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면 양사의 국내공장은 그동안 사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광폭TV 및 프로젝션TV를 포함해 고급, 대형 제품 생산위주로 재편성돼 있어 많은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디지털TV를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TV의 생산기지 선택과 관련된 문제는 세계시장의 수요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느냐하는 데 달려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초기생산은 국내에서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비해 LG전자가 안고 있는 고민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시장에 디지털TV를 미국의 제니스 브랜드로 공급하기로 한데다 제니스 역시 멕시코의 후아레스와 멕알렌에 TV 생산기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국산 TV에 대해 반덤핑조사를 해온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말 한국산 TV에 대한 반덤핑 규제조사를 철회하겠다고 예비판정을 내렸지만 LG전자와 대우전자의 미국시장에 대한 TV 직수출은 99년 이후부터 가능한 것도 디지털TV 생산기지를 선택하는 데 고려해야할 사항이 되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제니스 브랜드로 미국 디지털TV시장을 공략하기로 한데다 제니스가 프로젝션TV와 세트톱박스 생산에도 강점이 있어 사업 초창기에 제니스가 생산을 담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하고 『그러나 디지털TV시장의 성장속도에 따라 LG와 제니스가 시장이나 기종별로 역할분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