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조 때 음성군 금왕읍 삼봉리 증삼마을에 조륵(趙勒)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지독하게 인색한 사람이었다. 제상에 올렸던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 숟가락 먹고 고기 한 번 쳐다보면서 밥 한 그릇을 다 먹을 정도로 구두쇠 노릇을 했다. 그 결과 한낱 농부에 불과했던 조륵은 인근지역에서 최고의 부자가 됐다. 그후 그는 환갑날을 맞아 그동안 모았던 재산을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으며, 이것이 조정에 알려져 임금으로부터 정삼품 통정대부벼슬을 받았다고 한다.
이 얘기는 「자린고비( 吝考 )」에 대한 대표적인 일화로 꼽히고 있다. 자린고비의 어원은 돌아가신 부모의 제사에 쓰는 지방(紙榜)을 매년 갈아 쓰기가 아까워 이를 기름에 절여 쓴다는 뜻의 「절인 고비」에서 연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은 속이 메스꺼울(다라울) 정도로 인색하고 절약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변형됐다.
요즘 IMF시대를 맞아 자린고비의 소비행태가 우리 주변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중고 가전제품의 재활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국 가전가구재활용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2월에 TV · VCR ·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의 재활용도가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중 8대 이상이 다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멀쩡한 가전제품까지도 대형 고급제품으로 바꾸기 위해 내다버렸던 우리의 소비태도에 비춰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가정과 기업에서도 「아나바다」 즉,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업은 그동안 소홀했던 이면지 사용 · 전산용품 필기도구 아껴쓰기 등 다양한 비용절감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가정에서는 외산품 안사기 · 과소비 추방 등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는 낭비와 비효율을 털어내고 알토란같이 살자는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와 절제하는 생활은 인간 본연의 도덕적 자세다. 하물며 IMF여파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흥청망청한 소비생활로는 IMF한파를 극복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알뜰 소비생활을 구현하는 자린고비 정신을 이어가지 않으면 안된다.